매일신문

유승민 '퇴로' 고민…최고위 '사퇴 불가피' 대세

비박도 '시한부 유임' 무게…의총거쳐 거취 최종선택할 듯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는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에게 공이 넘어갔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정국과 당'청 갈등, 당내 계파 갈등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29일 오후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는 유 원내대표에게 '고민의 시간'을 주는 것으로 그의 거취 문제에 대한 결론을 유보했다.

이날 최고위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첫 지도부 회의였다.

회의 결과는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애초 회의 소집 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무 자르듯이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서로 다른 계파와 이해관계로 얽힌 최고위원들이 향후 당 운영은 물론 내년 총선에 직접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이 문제에 대해 단박에 의견 일치를 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위를 앞두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쳤고, 이에 맞서 숨죽이던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도 개인 입장 발표나 성명 등을 통해 유 원내대표 사퇴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세 대결 조짐을 본격화하는 마당이었다.

◆유, 사퇴 '시간과 명분'의 문제

최고위에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고, 또 다른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에게 고민의 시간을 주자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을 위해서 유 원내대표가 희생을 통한 결단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이야기가 있었고, 또 몇 분은 그래도 시간을 좀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발언을 해석하면 친박계는 사퇴를 촉구했고, 비박계는 즉각적인 사퇴보다는 '시한부 유임'에 무게를 둔 것처럼 해석된다.

발언의 강도나 사퇴 시기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 불가피론 쪽으로 기울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본인도 종국적으로 그렇게 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한 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데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사퇴를 촉구하는 친박 최고위원들이 '시간'을 양보하고, 유 원내대표에게 명예로운 출구를 위한 '명분'을 찾을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친박도 비박도 "파국은 피해야" 공감

유 원내대표의 거취는 불신임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계속 맞서는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집단사퇴를 통한 당 지도부 와해의 경우, 의원총회 개최를 통한 친박계와 비박계의 정면충돌 사태 등 모두 '파국'과 연결되는 시나리오이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원내대표직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친박 최고위원들도 사퇴를 촉구했지만 최고위원 사퇴 카드를 휘두르지 않았다.

또 의총을 열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에 대한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물을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퇴를 요구하는 친박계나 이에 반대하는 비박계 모두 의총을 여는 순간 세력 대결이 가시화되면서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게 된다. 자칫 어느 한쪽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유 원내대표 사퇴 총공세를 펼치던 친박계 의원들도 의원총회 소집요구를 일단 보류키로 했다. 파국만은 피하고 정치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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