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취재 협박 '이상한' 시민단체

영양에는 '영양 희망연대'라는 단체가 있다. 지난해 결성된 시민단체다. 집행부와 의회 활동을 감시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렇다 할 시민'사회단체가 없었던 영양에 건전하고 건강한 시민사회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희망연대'의 활동은 '언론'의 존재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한다. 그래서 그 사회의 건강척도를 언론에서 찾기도 한다. 집행부와 의회 등 공적 기관의 업무를 감시하고, 잘못을 지적해 지역과 주민을 위해 올곧게 서도록 하는 역할이 언론에 주어져 있다.

하지만 최근 영양 희망연대 사무국장 이름으로 영양군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을 보면 건전'건강한 목소리를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기자는 최근 영양군의회 의원들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다. 한 주민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의원 개인의 살림살이에 사용하는 게 욕 먹을 짓 아니냐?"며 A의원을 비난했다. 이 의원이 지난해 자신의 축사 옆 축대보수를 위해 주민숙원사업비로 돌망태형 옹벽 20여m를 설치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또 B의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가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법을 위반했지만 집행부가 제때 부당업체로 제재하지 않아 수천만원 규모 입찰과 수의계약을 해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이에 대한 기초 취재를 위해 담당부서를 찾아 어찌 된 일인지를 물었다.

이 같은 기자의 정상적 취재 행위를 두고 희망연대 정희두 사무국장은 '보복성 사정', '취재 과정에 의혹', '군의원들에 대한 협박'이라는 등의 말로 주민들에게 공개된 곳에 글을 올려 취재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정 국장은 이 글에서 집행부가 기자에게 고의로 의원들과 관계된 자료를 유출한 것처럼 적으면서 기자에 대한 개인적 비난도 서슴지 않는 등 '공개 협박'으로 취재를 흠집 내고 있다.

'희망연대'의 존재 이유가 집행부와 의회의 견제와 감시라면, 의원들에 대한 언론의 취재에 힘을 보태는 게 맞다. 하지만 희망연대는 취재 대상인 의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석연찮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원들이 희망연대를 방패막이로 삼거나, 희망연대가 의원들을 등 뒤로 숨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아니길 바란다. 의원이라는 신분은 언제 누구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검증받을 수 있는 공인이기에 언론의 일상적 취재에 '영양 희망연대'가 가타부타 딴지를 걸 이유가 없다.

엄재진 기자 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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