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동화천 죽어간다…몰래 버린 쓰레기·폐기물 몸살

인근 공장·상가 오·폐수에 악취…대구 유일 생태하천 관리 미흡

30일 대구 북구 동변동 동화천 제방을 따라 인근 주택가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널려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30일 대구 북구 동변동 동화천 제방을 따라 인근 주택가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널려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30일 오후 2시, 대구에 마지막 남은 생태하천인 북구 동화천.

제방 위에는 버려진 현수막과 빈 음료수병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리를 따라 건너는 동안 물이 마른 동화천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폐기물도 눈에 들어왔고, 인근에는 오래전 버린 듯한 냉장고도 보였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구청의 경고문구가 있지만 제방 주변 곳곳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넘쳤다. 인근 주민은 "주변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몰래 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변 곳곳이 담배꽁초와 종이컵 같은 쓰레기투성이"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동화천이 쓰레기와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 유일의 생태하천이지만 하천 주변 웅덩이에 쓰레기가 넘치면서 여름철만 되면 날파리와 해충이 들끓고 있다.

동화천은 동구 도학동에서부터 북구 금호강 합류점까지 15.68㎞ 구간으로 지난 2008년 8월 하천기본계획이 수립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6~2013년 111억원을 들여 동화천 내 두 구간(도학동~미대동 3.4㎞, 공산댐 하류~지묘동 1.7㎞)에 대해 하천 정비를 완료했다.

전체 길이의 3분의 1이 정비됐지만, 동화천은 여전히 각종 쓰레기는 물론 일부 공장과 상가에서 나오는 폐수들로 오염되고 있다. 신명환 한국환경NGO협의회 사무총장은 "생태하천과 가치가 높은 습지를 가진 동화천이지만 오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무엇보다 시민들이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면서 오염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동화천 복원사업과 함께 쓰레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5월 20일 열린 '무태-조야-연경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주민들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시급한 정화를 요구했다. 김모 씨는 "주거지에서 버리는 쓰레기, 상가에서 나오는 음식물들로 심한 악취가 난다"며 "무더위 기간 동안 동화천은 생태하천이 아니라 쓰레기 처리장과 흡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도 많이 진행된 상태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동화천 일대에는 연경동 택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고, 대구 4차 순환도로가 건설되고 있어 훼손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북구청은 동화천 하류 구간(북구 무태~검단동) 1.6㎞를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다음 달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실시설계 용역 계획에는 친수생태환경 조성을 중심으로 제방보축, 물고기 생태길 조성, 낙차공 개량 등이 포함된다. 동화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총사업비 85억원이 투입되며 실시설계 용역이 끝나는 내년 5월쯤 공사를 시작해 2018년 준공할 계획이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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