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원진·김상훈 "한 일도 많은데 명예로운 퇴진 도와야"

새누리 의총 무슨 말 오갔나…시작 1시간 만에 사퇴 권고, 비박 "표결로 가야" 주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사퇴 권고 결정을 전달하기 위해 유승민 원내대표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사퇴 권고 결정을 전달하기 위해 유승민 원내대표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9시 국회 본청 246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열렸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박계 3선인 정두언 의원은 의총장에 들어가면서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은 개콘(개그콘서트) 같은 얘기"라고 속내를 표현했다. 취재진들이 회의장 밖에서 북새통을 이루자 밖에 나가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회의 중간에 밖으로 나온 의원들은 한결같이 "저는 인터뷰 안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수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문제 등과 관련해 당청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지금 누군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방법론'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를 중심으로 "표결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표결을 요구한 이종훈 의원도 "나는 원내대변인 자격이 아니라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엄청난 결정을 하는 데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친박'비박 간 고성도 오갔다. 하지만 표결 반대 목소리가 커져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표결 없이 사퇴 권고로 의견이 모아졌다.

유 원내대표의 측근인 한 의원은 "크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고, 법리적인 문제보다 당청 갈등을 잘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며 "정치적, 법률적, 도덕적 책임이 구분된다면 정치적 책임을 져달라고 하는 분들이 가장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의총에서 발언 신청을 한 의원들은 33명.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대구 의원들은 발언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조원진, 김상훈, 김희국 의원이 공개 발언을 했다.

'김영란법' '공무원연금법' 통과 등 그 나름의 업적을 이룬 유 원내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조원진 의원은 "표결은 절대 안 된다"며 의원들의 사퇴 권고 의견을 모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하자고 주장했다.

김상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지역에서 청와대와 대립 관계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적정한 시점에 자진 사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원들의 뜻을 최근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본인 소신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시각에서 볼 때 원내대표 거취 문제로 당청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명예로운 퇴진을 지도부와 의원들이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의총은 낮 12시 50분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동료 의원들의 손으로 경선을 통해 뽑힌 새누리당의 원내사령탑은 취임 여섯 달 만에 물러나게 됐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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