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EBS1 '돈키호테' 11일 오후 11시 5분

감옥에 갇힌 세르반테스, 죄수들과 돈키호테 공연

세르반테스와 그의 시종 산초는 신성 모독죄로 지하 감옥에 처넣어진다. 감옥에는 17세기 당시 스페인에서 볼 수 있던 다양한 하층민들이 있다. 새로운 죄수가 들어오면 자기들끼리 재판을 벌이던 그들은 비실비실한 귀족, 세르반테스를 조롱하며 그의 원고를 불태우려 한다. 세르반테스는 죄수들에게 정식 재판을 요구하며 가까스로 원고를 구한다. 그리고 자신이 쓴 희곡을 죄수들과 함께 공연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시점은 연극이 펼쳐지는 실제 공간인 감옥과 연극 속 허구의 공간을 왔다 갔다 하다가 극의 후반 허구의 공간에 집중된다. 그러면서 돈키호테의 죽음과 종교재판관에게 불려가는 세르반테스의 뒷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직접 돈키호테를 연기하며 현실과 허구를 마구 뒤섞어버리는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사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불친절하고 복잡해 보이는 이런 전개 방식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완독한 독자에게는 무엇보다 매력적인 방식으로 다가온다.

영화감독 아더 힐러는 캐나다 CBC 방송국에서 드라마 연출을 시작한 뒤 1964년 첫 극장 장편영화인 '에밀리를 미국 사람으로 만들기'를 발표하면서 감독의 길로 들어선다. 또 1970년에는 최루성 멜로의 교과서라고 일컬어지는 '러브 스토리'를 발표해 공존의 히트를 기록하고, 이듬해에는 코믹 스릴러 '종합병원'을 발표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이렇듯 연이은 히트작을 발표하자 제작사와 투자자는 그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약속했고 아더 힐러는 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를 스크린으로 옮기지만 1972년 완성된 '돈키호테'는 평단에서 극찬을 받았을 뿐 흥행에는 실패했다. 러닝타임 126분.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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