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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 대구 뒷걸음질…1천명당 2.52명, 광역시 중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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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자수 작년 2천명 가까이 감소

올해 초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A(55) 씨는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더 이상 1주일에 세 번씩 혈액 투석을 위해 병상에 눕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로부터 소중한 신장을 받은 덕분이다.

만성신부전증 환자인 A씨는 20여 년 전 부인으로부터 콩팥을 이식받았지만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1년밖에 버티지 못했다. 20년 이상 혈액 투석을 받으며 견딘 셈이다.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장 탓에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질환과 다른 합병증까지 겹치면서 거의 걸음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병원 측은 "신장 이식 수술 후 경과가 좋아 빠르게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면서 "A씨도 수술 결과에 굉장히 만족하고 기증자에게 감사하며 새로운 인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나누는 장기 기증이 대구에서는 유독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보수적인 정서와 장기 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팽배하고, 지역 사회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대구의 장기 기증 희망자 수는 2011년 4천717명, 2012년 4천913명, 2013년 6천310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천494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2천346명이 등록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대구의 인구 1천 명당 장기 기증 희망자 수는 2.52명으로 세종시를 제외한 7개 대도시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서울(2.25명)과 대전(1.89명)보다는 많지만 부산 3.13명, 인천 2.92명, 광주 3.38명, 울산 2.81명보다 적다. 대구의 장기 기증은 2005년 이후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부산에 비해 크게 앞섰던 장기 기증 희망자 수가 이후 역전되며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는 것.

지난해의 경우 대구의 장기 기증 희망자는 4천496명으로 부산 9천855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구와 인구가 비슷한 인천도 2012년 6천81명에서 2013년 8천424명, 지난해 6천170명을 기록해 대구보다 앞서고 있다.

장기 기증 희망자들이 실제 장기 기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구의 경우 2010~2014년까지 장기 기증 희망자는 2만5천270명이었지만 실제 장기 기증 희망자가 기증으로 이어진 경우는 2.8%인 72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장기 기증이 주춤하면서 장기 이식 희망자는 실제 장기 이식 건수에 비해 크게 많은 상황이다.

올 들어 대구 지역의 장기 이식 건수는 간장 48건, 신장 70건, 심장 6건, 안구 6건 등 135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식 대기자는 지난달 말 현재 156명이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이식 대기자는 359명이지만 장기 기증을 한 사람은 187명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사)생명잇기 조원현 이사장(계명대 동산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은 "대구는 장기 기증에 대한 설명조차 거부할 정도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크다. 또 지역 사회가 장기 기증에 대해 관심이 낮은 것도 원인"이라며 "장기 기증을 단순히 인지하는 데서 벗어나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지역 의료계와 지방자치단체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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