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르스 이겨낸 대구 의료관광의 힘

지난달 25일 중국인 관광객 34명이 대구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메르스 광풍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었지만 의료관광객들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중국 광저우에서 대구로 의료관광을 온 중국인들은 대구에서 피부와 성형, 치과, 건강검진 등의 진료를 받고 만족하며 중국으로 돌아갔다. 딸과 함께 대구를 찾은 신씨우쩐(48'여) 씨는 "대구의 수준 높은 의료 기술과 의료 서비스에 반했다"면서 "앞으로 자주 대구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의료관광은 전례 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1만 5천 명의 의료관광객이 피부미용과 건강검진 등을 위해 대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단체 의료관광객은 5천~6천 명으로 추산된다.

◆해마다 급증하는 의료관광객

대구를 찾는 의료관광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를 찾은 의료관광객은 9천871명이었다. 지난 2010년 4천493명이 대구를 찾은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3천838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천954명, 베트남 708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2013년 157명에서 지난해 288명으로 83.4% 증가했다.

대구시는 올해 의료관광객 1만5천 명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지역 의료기업과 해외 현지 여행사와 연계한 의료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고, 중국 주요 도시와 러시아, 동남아시아, 캐나다 등의 의료관광객을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중국에 관광객 유치 인프라를 구축한 지역 의료기기 업체와 연계해 의료관광객 2천63명을 유치한 바 있다. 또한 중국 현지 여행사와 네트워크를 통해 492명의 단체 의료 관광객도 대구로 불러왔다. 앞으로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팸투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다. 외국인 강사 커뮤니티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투어와 미군 및 초청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화상품도 개발한다.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의료 관광 체험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관광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 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오는 2020년까지 의료관광객을 2만5천 명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준 높은 의료시설과 친절이 대구의 매력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에게 대구는 친절하고 의료시설의 수준이 높으며 의료진의 전문성이 뛰어난 도시로 꼽힌다. 지난해 대구를 찾은 의료관광객 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종합고객만족 점수는 88.5점을 기록했다. 의료기관의 친절도가 92점으로 가장 높았고, 의료시설 수준이 91.0점, 차별 없는 진료와 의료진의 전문성이 각각 90.5점과 90.1점을 기록했다. 대구가 가진 의료 역량을 바탕으로 개발한 대표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시는 중증, 경증, 뷰티, 웰니스, 검진, 한방 등 6개 분야에 걸쳐 대표 상품을 개발했다. 중국은 뷰티성형, 동남아시아는 중증 질환, 일본은 한방 치료 등으로 각 국가별 선호도에 맞게 개발했다.

지역의 선도 의료기술을 육성해 의료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높였다. 대구시는 올해 대구가톨릭대병원을 관절'류마티스분야를 선도 의료 기술로 선정했다. 대구의 선도 의료 기술은 지난해 지정된 영남대병원의 호흡기질환치료와 대구파티마병원의 대장항문질환치료, 계명대 동산병원의 구순열'얼굴성형센터, 경북대병원의 모발이식전용센터 등이다.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대구시는 선도의료기관 45곳에 대해 책임 보험에 가입해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도록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외 외국인 환자 안심보험에 가입했다. 올해는 보험 적용 분야를 건강검진에서 성형'피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의료관광진흥원 산하에 의료'법률'관광 자문가 등 5명으로 구성된 의료사고 분쟁지원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의료기관의 자생력 키우는 데 집중

대구시는 지난 3월 의료관광진흥원을 이전한 데 이어 원스톱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안내센터를 찾은 외국인에게 진료 상담은 물론, 원하는 병원까지 차량과 통역도 지원한다.

의료관광안내센터도 기존에 있던 노보텔과 대구메디센터에 이어 다음 달쯤 미군 부대 안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중국 칭다오와 내몽골, 러시아 모스크바 등 3곳에 대구 의료관광홍보센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대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확산을 위해 해외 의료진의 대구 연수와 나눔 의료 활동을 지원하고 선도의료기관의 해외 거점 구축도 지원한다. 의료관광 발전포럼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관광 정보도 공유할 계획이다.

전문인력도 양성하기로 했다. 올해 의료관광 전문 마케터와 통역사 39명을 양성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에게 통역과 번역, 차량 및 숙박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홍보도 강화한다. 대구시는 5개 팀, 20명을 SNS 홍보단으로 위촉, 운영 중이다. 또한 해외 포털사이트에 키워드와 배너광고를 하고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주요 국가의 커뮤니티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구 메디엑스포 등 국내행사와 닝보소비용품전 등 국외행사 6곳에 참가해 대구 의료를 알리고 있다.

홍석준 대구시 첨단의료산업국장은 "지역의 의료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며 "5년 이내에 적어도 15개 병'의원이 자발적으로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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