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수(가명'21) 씨의 방은 병실과 다름없다. 또래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해 젊음을 즐길 시기지만 준수 씨의 곁에는 수액, 소독제 등의 의료용품들로 가득하다. 배 씨는 2년 전 한 뼘 남짓한 길이만 남겨 두고 소장 대부분을 잘라냈다. 그때부터는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해 가슴에 구멍을 뚫고 수액 주사를 맞고 있다. 스스로 대변도 보기 어려워 어머니가 늘 대기 중이다.
"친구들은 모두 군대에 갔거나 취업 준비에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방에서 꼼짝도 못 하는 우리 아들이 너무 불쌍해요. 예전처럼 다시 건강만 회복할 수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든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어요."
◆평범한 가정에 들이닥친 불행
준수 씨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네 가족은 별다른 걱정거리가 없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회사원인 아버지의 수입으로 준수 씨 남매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준수 씨의 건강을 걱정했던 적도 거의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소장 협착 증세가 보여 수술, 입원을 두 차례 한 적이 있었지만 자라면서는 학교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아팠던 적은 없었다.
행복했던 가정은 2013년 여름 준수 씨가 쓰러지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복통이 심해 맹장염인 줄 알고 찾은 병원에서 소장이 협착, 괴사하고 있어 당장 잘라내지 않으면 다른 장기도 손상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소장 대부분을 잘라냈다.
"병원에서도 뚜렷한 원인은 알 수 없고 어렸을 때부터 소장이 약했던 탓에 갑자기 발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수술 한 번에 수백만원씩 깨졌는데 그때부터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어요."
당시 회사에서 퇴직한 아버지가 모아 둔 돈은 준수 씨의 수술비와 네 가족의 생활비로 금세 사라졌다. 집 평수를 줄여가며 치료비에 보태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입원 생활 1년을 거친 뒤 퇴원해 집에서 치료를 시작했지만 물만 마셔도 코와 입으로 뿜어져 나와 어머니는 24시간 꼼짝없이 준수 씨의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저라도 일을 해 생계에 보탬이 되고 싶지만 아들이 화장실도 스스로 못 가고 약도 혼자서 먹을 힘도 없어 제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해요. 하루아침에 저희 집 형편이 이렇게 바뀌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불어나는 빚 걱정에 눈물만
회사에서 나온 준수 씨 아버지는 꿈이었던 사업을 포기하고 우유 탑차 운전 일을 하기 시작했다. 퇴직금으로 아픈 아들을 위해 모험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준수 씨의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은 한 달에 150만원 남짓. 준수 씨 앞으로 매달 들어가는 약값, 치료비만 해도 100만원을 훌쩍 넘는 데다 월세와 네 가족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퇴직금과 모아둔 돈도 바닥나 지인, 친척들에게도 이미 수천만원의 빚을 졌다. 현재 준수 씨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장이식수술뿐이다.
"소장이 다른 장기 이식수술보다 성공률도 낮고 수술비도 비싸 이식수술, 입원, 치료비로 8천만원 가까이 든다고 해요. 그래도 저희 부부는 아무리 많은 돈이 들더라도 아들만 건강해진다면 죽을 때까지 갚아나갈 자신이 있어요."
최근 부부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고3인 준수 씨의 여동생도 최근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간 경화에 췌장에는 용종까지 발견돼 6개월마다 병원에 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부모로서 잘해준 게 없어 남매의 건강이 나빠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눈물 없이 잠을 이룬 적이 없습니다. 더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살아준다면 제 몸을 떼어내서라도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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