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분천역'은 이국적인 풍경을 물씬 풍긴다. 한글 간판만 없으면 스위스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름도 '한여름의 산타마을'이다. 분천역은 실제로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결연을 하고 역 외관을 스위스 분위기로 단장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루돌프'이글루 등의 조형물을 세우고, 객차를 개조해 만든 산타 쉼터와 산타 레일 바이크, 산타 텐트촌 등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해 추첨을 하고 선물과 답장을 전하는 소원우체통도 운영하며, 주말이면 스위스의 요들송 공연과 포크 댄스로 유럽풍의 정취를 더한다. 그래서 겨울도 아닌 여름 산타마을에 하루 1천여 명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산골 분천역이 전국적인 사계절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개장 10일 만에 방문객 1만여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산타클로스가 남긴 뜻밖의 선물처럼 시골 간이역이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분천역은 하루 이용객이 10명 남짓해 역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역이 폐쇄 위기에 몰리면서 적막하던 마을조차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주변의 수려한 풍광을 내세워 코레일에 관광열차 운행을 요청했고, 분천역이 백두대간협곡열차의 기착지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리고 '산타마을'이라는 스토리까지 입혀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분천역처럼 사라져가던 간이역이 관광 명소로 거듭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종종 있는 일이다. 팔공산 너머에 있는 군위 화본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히기도 했다. 화본역은 객차를 개조해 만든 레일 카페와 사계절 색깔을 달리하는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급수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50년 역사의 역전상회 풍경과 부근의 벽화 그리고 옛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근현대사박물관이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전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충남 연산역은 철도 체험 공간으로, 전남 득량역은 7080 추억의 거리로, 문경 불정역은 펜션 열차로 연중 관광객의 발길을 불러 모으며 지역 경제와 주민 소득 증대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던 간이역의 변신은 '생각만 바꿔도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웅변한다. 대구경북에 흩어져 있는 숱한 간이역들도 주변의 독특한 풍광과 고유한 정서를 잘 반영한다면 '제2의 분천역'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