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오고 있다
한 꽃송이에 꽃잎은 여섯
그중 둘은
벼락에서 왔다
사락 사라락
사락 사라락
그릇 속의 쌀알들이 젖고 있다
밤과 해일과
절벽 같은 마음을 품고
깊어지면서 순해지는
눈동자의 빛
죽음에서 삶으로 흘러오는
삶에서 죽음으로 스며가는
모든 소리는 아프다
모든 소리는 숨소리여서
- 멀리 오느라 애썼다,
거친 발바닥 씻어주는 손들이어서
아프고 낮고
캄캄하고 환하다. (……)
(부분. 『우리처럼 낯선』. 창비. 2014)
가끔 어떤 시는 해설 같은 것 달지 않고 끝까지 노래처럼 듣고 싶은,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있다. 이 시도 그러한데, 시의 나머지는 다음과 같다. . 시는 구체적 그림을 우리에게 표상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 무엇'이 시에 내리고, 젖고, 흘러오고, 스미고, 걸어오고 있다. 사락 사라락… '숨소리' 같은 이 소리말은 마지막엔 '사락 사그락'으로 바뀐다. 그 묘한 차이가 느껴지는가? 다른 방향으로 몸을 트는 이의 옷자락 소리 같은.
설명하지 않아도 삶과 죽음에서 오는 모든 소리는 아프다. '아프고 낮고 캄캄'하다. 그러나 이 소리는 우리의 숨소리여서, 멀리 가느라 애쓰는 우리의 숨소리여서, 우리는 환하다. 환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을 뿐더러, 얼마간은 벼락에서 왔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