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 D-100] 대구 일반계 고교 진학률 격차 줄이려면

4년제 선호 수성구, 재수생 더 많다

매일신문 교육팀이 초'중등 교육공시 서비스인 '학교 알리미'에 등록된 대구 일반계 고교 대학 진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성구 지역의 고교를 제외하고는 7개 구, 군이 비슷한 진학률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대와 4년제 대학 등 구체적인 진학 내용을 비교하면 구별로 상당한 편차를 나타냈다. 또 같은 구에서도 학교 간의 진학 내용에서는 차이가 많이 났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개별학교의 진학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모색해 봤다.

◆수성구 VS 비수성구-진학 내용'재수 비율 격차 커

진학률이 가장 높은 서구를 보면 전문대 진학이 41.5%로 대구 평균 전문대 진학률(23.4%)의 2배 가까운 수치였고, 4년제 대학 진학률은 46.3%에 그쳤다. 국외 진학과 취업을 제외한 기타 비율이 9.5%인데, 이는 대체로 졸업 후 재수를 하는 학생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진학률이 가장 높은 서구가 재수생 비율이 가장 낮은 셈이다.

진학률 2위 북구도 전문대 진학률은 31.2%였고,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6.1%였다.

취업률(대구 평균 0.6%)을 보면 서구가 2.8%, 동구가 1.4%로 나타났다. 졸업 후 취업을 우선시하는 특성화고를 제외한 일반계고를 분석 대상으로 봤을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수성구 일반계 고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64.6%, 전문대는 13%였지만 재수생을 나타내는 기타 비율이 22.0%로 타 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수성구 학군의 높은 교육열이 목표로 하는 대학, 학과에 가지 못하면 재수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성구 학군 내에서도 재수생 비율이 낮은 고교가 많았다. 기타 비율을 살펴보면 특목고인 대구과학고(4%)를 제외하고 시지고 7.7%, 남산고 12.2%, 정화여고 13%, 중앙고 14.6%, 동문고 14.8%, 덕원고 16.2%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수성구 학군 내에서도 남녀공학인 학교가 재수 비율이 낮은 것은 여학생의 경우 재수를 피하려는 성향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 수시대비 전략에 문제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역의 재수생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각 학교의 수시 대비 전략 이해 부족에 있다고 지적한다.

수시전형은 크게 4가지(학생부 교과'종합, 논술, 특기자)로 구분할 수 있는데, 많은 학교가 학생부 중심 전형을 위한 교육과정의 개편과 학교 프로그램 활성화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손쉬운' 논술 프로그램에 치중하고 있다.

한 교사는 "학교에서 논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학생부전형 프로그램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논술수업이 가능한 외부강사를 불러 수업을 진행하면 그만이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일반고에서 논술전형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한다. 타지역과 비교해서도 대구지역의 '논술 짝사랑'이 과도한 실정이다.

하지만 논술전형은 시험의 성격상 재수생이 재학생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시험이다. 주요 상위권 대학의 논술전형에서 재수생의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입시 관련 업체 관계자는 "재학생에게 유리한 수시 준비를 하면서 하필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논술전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재수생들 비율이 낮은 학생부 중심 전형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단위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이 보다 나은 진학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학지도에 학교 전체 교사 역량 결집 필요하다

정시에서 수능 성적으로 입학할 수 없는 대학을 수시에서는 서류와 면접이라는 정성적 평가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

수능성적을 기반으로 한 학력 격차는 줄이기 힘들지만 진학 격차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학생의 특성에 맞는 수시대비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진학 실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점차 폐지되는 추세 등 대학 입시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학교 진학지도에서도 능동적인 전환이 절실하다. 하지만 학교 전체 단위에서의 유기적인 역량 결집은 아직 느리다는 평가다.

공립고교의 한 교사는 "입시 지도는 고3 담임과 진학 담당 교사에게만 해당된다는 인식이 상당하다. 1, 2학년 담당 교사들은 학교의 진학지도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면서 "특히 비담임 교사들은 진학 지도 측면에서 소통하지 못하니 과목별 학생부 기재에 관심이 떨어진다"고 했다.

많은 교사들이 '고1부터 수시에 대비하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했다.

"고3이 되어서야 1, 2학년 때 내신이 좋으면 수시를 준비한다. 학생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서 수시와 정시를 선택과 집중하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학교 단위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립고의 한 교감은 "우선 학생부 종합전형이 무엇이고, 왜 이 전형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지를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연수를 진행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시교육청이 학교의 변화 정도에 따라 차별적인 지원을 하면서 학교가 적극적으로 대응 전략을 모색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했다.

또 수시 진학에 맞는 수업 방법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일신문 학습진로멘토단의 한 교사는 "현재의 수능 중심 주입식 수업으로는 학생부의 '교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를 내실있게 할 수 없다. 학생 활동이 중심이 되는 모둠 학습, 토론'발표'문제해결식 프로젝트 수업의 전면적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 내 교사들 간의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학교장 등 관리자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대구의 구별'학교별 진학 격차를 해소하려면 소수 교사의 역량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단위 학교 전체 교사의 노력과 진학지도 참여에 달린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