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대구 중구 염매시장의 한 가게에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하자 시민 4, 5명이 폭염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 소방차 진입이 쉽도록 사정을 설명하고 차량을 통제했다. 또 다른 시민들도 화재 현장에 많은 행인이 몰리자 "길을 터 달라"며 호소했다. 불법 주정차에다 몰려든 시민들로 혼잡했기 때문이다. 10여분 만에 화재가 진압되자 '번개 시민 자원봉사자'들은 이내 사라졌다.
올 들어 이 같은 성숙한 시민정신이 발휘된 사례가 대구에서 줄을 잇고 있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세입자의 임대료 절반을 깎아주며 고통을 분담한 '착한 건물주'가 눈길을 끌었고 최근에는 65세 이상 경로우대자 중 돈을 내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시민도 등장했다. 이에 대구시는 '희망자'에 한해 유료화 작업을 추진 중인데 이들이 낸 요금은 미래 청년세대 일자리 마련 등을 위한 '청년희망펀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유례없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달서구 한 청년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고물상으로 힘들게 번 돈 800만원을 거리에 뿌리자 행인들이 너도나도 돈을 주워 가버렸다. 하지만 딱한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자 한달 만에 모두 회수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대구는 6'25전쟁 포화 때도 피해를 입지 않아 전국에서 이주민이 몰린 도시다. 이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이후 산업화와 이농현상까지 겹치면서 전국 3대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많은 인구가 공동체 생활에 적응해야 했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통적 유교 사회의 보수적 기질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함께 살자'는 분위기가 넓게 형성돼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 시민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런 훈훈한 사례는 대구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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