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영남권 당선 공식
지역감정서 비롯된 한국정치 고질병
호남 내 야권 장악력 예전 같지 않아
TK 유권자들만 과거의 틀에 머물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영남 출신 국회의원을 '동메달'로 비유해서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전부터 불필요한 설화(舌禍)를 종종 일으키곤 했는데, '동메달' 발언도 그런 셈이다. 우연하게 흘린 말이지만 그것이 영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렸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꽤 넓게 퍼져 있고, 중앙무대에서 정치를 하다가 광역단체장으로 변신한 홍준표 경남지사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2012년 대선과 같이 치러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나설 새누리당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는 홍준표 지사 외에도 박완수 당시 창원시장 등이 나섰다. 한 후보가 홍 지사를 향해서 "서울에서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이 경남지사를 하겠다는 것은 도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는 논지로 발언을 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서울에서 국회의원 당선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고 반박했다. 홍 지사의 반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후보자는 없었다.
홍준표 지사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기 어려운 것은 영남에선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불과 2천~3천 표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선거와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영남 선거는 똑같은 선거가 아니다. 경남'부산에선 본선에서 간혹 경쟁이 있기도 한다. PK 유권자들은 무소속 후보 김두관을 경남지사로 선출했고, 야권 인사인 오거돈 전 장관을 부산시장으로 선출할 뻔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TK에선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혹자는 TK에선 공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본선에서 쉽게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말이 허구인 것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섞어서 하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후보를 뽑는다고 해도 그 절차를 신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TK 지역에 전략공천을 한다면 그것은 국회의원을 지명하는 것과 같다. 상향식 공천을 하는 경우에는 현역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경선이 본선이나 마찬가지인데, 경선은 그 비용을 후보가 조달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후보자 본인의 돈으로 치르는 경선이 사실상 본선과 같다면 선거 공영제는 공허해지고 만다.
공천이 사실상 당선을 의미하며 공천 과정이 불투명하고 신뢰할 수 없다면 유권자들은 주권을 행사하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영호남 지역감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결코 영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늘날 한국정치의 고질병이 돼버린 이 문제를 영남이 독자적으로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는데, 변화의 조짐이 호남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이제 호남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악력이 전과 같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할 것이며 특정정당 후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여당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선거에서 선택권을 갖게 된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영남에선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영남에선 아직도 새누리당의 공천이 당선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음은 영남 유권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체로 보아서 PK에선 30~40%가 야권 성향 유권자이고 TK에선 20~25%가 야권 지지자이지만, 소선거구제 선거에서 이들의 의사는 그대로 묻혀 버리고 만다. 여권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영남 출신 의원들은 대표성마저 의심스럽게 된다. 현행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지만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TK 유권자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박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됐다. 하지만 국민대통합 공약은 이미 공허하게 돼 버렸고, TK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팽배해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TK 유권자들은 과거의 틀을 벗어날 것 같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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