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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의 시와 함께]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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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1954~ )

거울은 사적이다, 공적인 것을 비추지 않는다

물의 분자들은 부딪치면 서로에게 미끄러진다

물을 먹은 물을 먹고 토하는 물이

자신을 뒤집고 새로운 시간처럼 나타난다

나의 그가 귀울음한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 어디선가

이렇게 말한 것 같다

정말 자신들을 찾아오지 않는군!

나를 발견하는 데는 죽음 너머 시간까지 필요하겠지?

그 이름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이다

아직도 하나의 언어가 되지 못했다

이제 불요불급의 한 문장을 얻었을 뿐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여

물속에 공기가 없는 것은 유동성의 비밀이다

진흙과 파랑 사이에서

수중경은 말이 오는 쪽으로 혼자 뻗어간다

(전문.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창비. 2015)

이 시와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좀 더 정확히는 이 시가 '오는 쪽으로 혼자 뻗어가는' 내 정신의 일부분과 싸워야겠다는 생각. 분명 나라고 하는 주체나 진리는 '물을 먹은 물/을 먹고 토하는 물/이 자신을 뒤집고 새로운 시간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그 주체와 진리는 선험적으로 규정될 수 없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1937~ )의 말을 빌리자면 "주체와 진리를 맺어주는 선택은 계속 존재하겠다는 선택이다. 사건에 대한 충실성, 공백에 대한 충실성이다. 주체란 공백의 드러남을 통해 만들어진 자기 자신과의 간격을 끈질기게 유지하기를 선택한 어떤 것이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사건들과 그 사건들 사이에 숨은 공백들. 물 분자들이 부딪히듯 서로에게 미끄러지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진리들에 가까이 간다.

그런데 거울을 찾아가는 주체는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다수의 주체다. 그 거울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주체들에 의해 생산된 거울이라는 것. 결국 거울은 다수의 거울이라는 것. 시인은 '하나의 언어'를 찾는 존재, 스스로가 거울이 되고자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굳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오직 하나의 언어와 거울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존재다. 죽음 너머의 시간까지 요구하는 것은 신학이다. 나는 시인들이 사회학자가 되는 것도 불편하지만, 형이상학적이 되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다. 시인은 물질주의자인 것. 충실성이란 물과 공기, 진흙과 파랑이 동일한 유동성을 갖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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