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페어플레이 정신

x전문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받고 있는 사람을 '대가'(大家)라고 한다. 야구에서 타격의 대가는 국민 대다수가 좋아하는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일 것이다. 올해 전반기 프로야구 최고 이슈는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400호 홈런이 언제 터지냐는 것이었다. 드디어 6월 3일 포항구장에서 400홈런의 신화를 이루어 내는 순간, TV 앞에 모인 온 야구팬들이 '이승엽'을 환호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400호 홈런을 치고 난 다음 이승엽이 보여준 행동이었다. 역사적인 순간, 기쁨 환호나 요란한 세레모니보다는 홈런을 허용하고 주저앉은 상대방 신인투수의 허탈한 마음을 이해하듯, 고개를 숙이며 겸손히 뛰어나가는 모습은 왜 이승엽이 국민타자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절대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놀려 하지 말라. 그대가 게임을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되 상대방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이 떠올랐다. 이승엽이야말로 상대방을 배려한 진정한 승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와는 반대로, 얼마 전 방학을 맞이해 아들과 함께한 대구구장 경기는 엄청난 실망을 줬다. 이날 두 팀의 최고투수들이 나온 명승부 경기라 열심히 응원한 덕분인지 홈팀이 연장 접전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기쁨을 가지고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으로 전해지는 오늘 경기 소식은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느린 영상으로 확인된 상대방 선발투수의 어이없는 속임수 행동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판도 속고, 관중도 속고, 심지어 방송하는 중계진도 속은 비신사적 행동이 되고 말았다. 야구선수 출신 해설가들은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편을 들었지만, 좀 더 정직한 스포츠맨십을 발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스포츠맨십이란 공명정대하게, 상대의 처지를 존중하며, 규칙을 지키고, 명랑하게 게임을 함으로써 자기의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다. 이것이 정정당당한 승부나 공명정대한 행동을 하는 페어플레이 정신과 같다. 많은 어린이들, 청소년들도 함께하는 국민 스포츠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퍽 유감스럽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회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는 14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많은 직장인들이 쉬게 된다. 그러나 전국의 대부분 대형병원들은 정상근무를 한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병원이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수술 등 중요한 진료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휴진은 국민들에게 더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병원의 정상근무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걸맞은 행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불공정한 사회라 믿고 있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힘을 합쳐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개혁해 나갈 때,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이 더 번영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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