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정치제도 개혁] ④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

특정 정당 싹쓸이 막을 권역별 비례대표 지역구 의석수·의원 정수 놓고 여야 갈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惜敗率)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을 권고했다.

선거구 획정의 인구 비례 기준(기존 3대 1)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대 1로 조정)으로 국회의원 선거구를 대폭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거제도 전반을 손질해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를 풀자는 의도다.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제 도입 명분

중앙선관위는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를 시행할 경우 ▷특정 정당의 텃밭(지역) 싹쓸이 ▷정당 지지도와 국회 의석 점유율 사이의 불비례 현상 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선관위는 권역(시'도)별로 한 정치인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는 '석패율 제도'를 도입해 특정 정당의 지역 편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선관위는 "현행 국회의원 정수(300명)를 유지하는 선에서 지역구 의원 200명, 비례대표 의원 100명을 인구 비례에 따라 6개 권역으로 나눠 배치하고 나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선관위의 제안을 정치권이 성의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여야가 본격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정당 지지도와 의석 사이 불비례 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원 정수는 369명(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123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원내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곤란하며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 도입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루자고 역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지난 5일 '새누리당이 원하는 완전참여형 국민경선 제도(오픈프라이머리)와 새정치연합이 원하는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를 동시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두 사안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회 정개특위 차원에서 차분하게 논의하고 나서 결정하자고 답했다.

양당이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이유는 논의 결과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 획득할 수 있는 의석에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를 도입하면 새정치연합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새누리당이 차기 총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되면 대구경북은

선관위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20대 총선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6개 권역은 ▷대구'경북 ▷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이다.

선관위가 제시한 안(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채택되면 대구경북에는 모두 31명(19대 총선 인구 비중 10.11% 적용)의 국회의원이 배정된다. 이 가운데 지역구 의석은 21석, 비례대표 의석은 10석이다.

각 정당은 현재(27개 지역구)보다 조금 넓어진 21개 지역구에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한다. 더불어 대구경북지역에서 더 많은 정당득표를 획득할 수 있는 인사들이 포함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순번 홀수 여성공천 의무)을 제시한다.

이때 지역구 후보로 공천을 받은 후보가 권역별 비례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게 되면 '석패율 제도'가 완성된다. 예를 들어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가 대구 수성갑에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새정치연합의 대구경북권역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지역구에서 아쉽게 패배하더라도 정당득표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다. 지역구에서 아쉽게 패배한 후보자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제하는 방식이 바로 석패율 제도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결과를 대입해 보면 정당투표에서 74.6%를 득표한 새누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23석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역구 21석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비례대표는 2석이다.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16.3%를 득표해 5석을 얻게 된다. 지역구 당선자가 없어 전체 5석이 모두 비례대표로 할당된다. 비례대표는 정당투표 전국 득표율 3% 이상, 지역구 의원 5명 이상 배출한 정당에만 배정된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3% 이상 득표하지 못한 후보자 또는 해당 권역 국회의원 정수의 20% 이상을 차지한 정당은 석패율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당 간 경쟁과 지역 대표성 강화 기대

지역 정치권에선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특정 정당의 지역 독식 상황을 완화해 정당 간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발전 전략을 둘러싼 정치권의 토론과 정책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줄어들면서 약화한 지역 대표성도 강화해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정당이 정당득표에서 더 많은 표를 확보하고자 권역에서 인기가 있는 지역(출신) 인사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공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관위안이 채택되면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27명에서 31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배정하는 기준이 '인구'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수도권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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