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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업소 엑소더스·치솟는 임대료…약령시가 울고 있다

357년 역사의 대구약령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한방 관련업소들이 하나둘씩 떠나간 자리에는 음식점
357년 역사의 대구약령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한방 관련업소들이 하나둘씩 떠나간 자리에는 음식점'커피숍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대구약령시의 전통시장 등록 및 한방의료체험관 건립 등으로 새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약령시는 2001년 한국기네스위원회가 '한국 최고(最古)의 약령시'로 인증한 대구의 자부심이다. 357년 역사를 간직한 전국 최초의 한약재 시장인 이곳은 최근 훌륭한 관광(근대골목 투어) 자원으로 대구시민뿐 아니라 대구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대구약령시에 수년 새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11년 현대백화점 개점 이후 인근 약령시 일대가 중심 상업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해 하나둘씩 한방 관련 업소들이 떠나갔고, 커피숍과 음식점이 그 자리를 속속 채웠다. "이렇게 몇 년만 더 가면 대구약령시 활성화는커녕 이름만 남은 채 아예 사라질 판"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구시가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대구약령시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약령시를 '전통시장'(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등록해 시설 보수와 유통 활성화에 나서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한방의료체험관 건립과 한방기업 유치 등을 통해 활로를 찾는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2009년 210곳에 이르던 약업사, 제탕'제환원, 한약방, 한의원 등 약령시 일대 한방업소는 지난해 연말 기준 174곳으로 줄었다. 홍삼 등 한약 대체재 시장의 성장은 한방업소의 약령시 이탈을 가속화했고, 약령시 한방업소의 3분의 2에 이르는 임대 업주들은 임대료 부담에 허덕이는 형편이다.

(사)약령시보존위원회 김순회 이사장은 "4, 5년 전만 하더라도 60만~70만원 하던 약령시 일대 월세가 최근 2, 3년 새 100만원을 훌쩍 넘고 있고, 특히 백화점 주변은 더 많이 올라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외지 관광객들을 위해 관광버스용 대형주차장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와 약령시보존위원회는 한방업소가 밀집한 약령시 동'서편 도로 일대를 전통시장으로 등록하는 신청서를 지난 5월 중구청에 제출했다. 전통시장 등록을 위해 한방업소뿐 아니라 음식점, 찻집 등 비(非)한방 업소 등 151명의 동의를 받아 상인연합회도 구성했다. 시는 약령시 전통시장 등록이 이달 말쯤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시장이 되면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약령시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고, 건물 개량'수리, 주차장'진입로 확장, 관광테마거리 조성 등이 가능해진다. 공동판매장 설치 등 판로 지원과 상인 대상 경영 교육,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상거래 현대화 등의 지원이 주어진다. 서울 경동약령시장은 이미 2006년 전통시장으로 등록해 현대화 작업을 마쳤다.

대구시는 약령시장을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 육성사업' 대상으로도 지정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구약령시 일원에 한방의료체험관과 한방제품 전시판매장, 한방업소 입주공간 등이 들어서는 '한방의료체험타운'을 조성하고, 유망 한방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도 준비 중이다.

김 이사장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한의약박물관에 눈으로만 보는 모형이 아니라, 약 써는 동작이나 탕약을 끓이는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며 "대구 약령시가 전통시장으로 등록돼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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