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업 잘해야 재기도 쉽다" 자영업자 재취업 길 넓힌다

정부 상권정보시스템 올해 도입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모(54) 씨는 2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 근처에 치킨집을 차렸다. 투자금은 권리금 5천만원을 비롯해 임대보증금 2천만원, 시설투자비 1천500만원 등 모두 8천500만원이 들었다. 2년 가까이 월 100만원의 임차료를 내며 치킨집을 운영했지만, 인근 1㎞ 이내에 다른 치킨집이 3곳이나 더 있다 보니 임차료 내기조차 벅찬 처지였다. 결국 올해 초 가게 문을 닫은 김 씨는 실업급여를 신청했고, 최근에는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첫 창업에 실패하고 투자금도 잃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재취업을 해야 하는데 다시 실패할까 봐 두렵다"고 한숨지었다.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세 자영업자(고용원이 한 명도 없는 자영업자) 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상공업 폐업에 따른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면 국민 가계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소비여력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4면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397만5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8만2천 명)보다 10만7천 명이 줄었다. 이는 1995년 상반기 397만1천 명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그만큼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묻지 마 폐업'이 많다는 점. 적당히 상가 권리금만 받고 떠나거나 설비를 '떨이'처럼 넘긴 뒤 철수하는 자영업자가 많아 불경기의 대물림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히 이뤄지는 자영업자 폐업은 가족 해체와 극빈층 증가 현상을 낳을 수 있어 국가 경제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 자영업자가 폐업할 때의 피해를 줄이고 실업자를 취업자로 전환하는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에서는 '폐업 지원 전문업체'까지 등장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이 업주와 논의해 합리적 의사 결정을 돕고, 폐업 적기와 시설물 매각 방법, 행정처리 방법 등 맞춤형 컨설팅을 돕는 것.

정부 역시 자영업자 줄폐업으로 인해 서민경제가 흔들릴 수 있는 점을 감안, 최근 자영업자 간 과당 경쟁을 막고 안정적인 폐업과 재취업을 돕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역'업종별 '자영업 과밀지수'를 담은 상권정보시스템을 올해 안에 내놓고, 자영업자들의 전직을 지원하는 '희망리턴 패키지'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확립하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채 생계형 창업 전선에 뛰어든 지역 소상공인들이 사업이 채 자리 잡기도 전에 폐업 직전까지 이르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이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체계적으로 재취업'재창업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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