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키워드였던 '먹방'의 시대가 지나고 최근에는 소위 '쿡방(cook放)'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TV를 켜면 쿡방 또는 셰프들이 출연하는 방송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누군가가 차려놓은 것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에게 꼭 맞는 것을 스스로 창조하고자 하는 가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보면서, 행정에도 이러한 DIY(Do It Yourself) 바람이 분다면 주민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민들 또는 그 대리자인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의 맞춤형 정책을 고민하고 스스로의 손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면 성취감과 만족감은 쿡방 열풍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라는 가슴 벅찬 상상을 해본다.
최근 시행된 지방세 정책 중에 이러한 DIY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지방재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지방소득세의 독립세 전환이다. 종전에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10%만큼 일괄적으로 부과되던 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전환되어 세율과 공제'감면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특화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감면 조례를 신설하거나 세율을 가감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 맞춤형 세제 정책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정책에 따라 법인세가 감면된 경우 자동적으로 지방소득세 세수도 감소하는 부가세 방식의 효과를 차단하여 약 1조원가량 지방재정을 확충하였다. 그만큼 기업의 소득창출이 지방재정에 더 많이 기여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지역경제와 지방세수 간의 연계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두 강화된다면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을 유치할 유인이 증가하여 지역 간 경쟁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산청군의 경우 2013년 유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에 힘입어 법인 지방소득세가 작년대비 121%나 증가하였고, 경주시도 한국수력원자력㈜을 유치하여 올해 97억원의 법인 지방소득세를 징수하는 등 곳곳에서 기업유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는 경우 법인 지방소득세뿐 아니라 임직원들의 급여에 대한 개인 지방소득세도 징수할 수 있으니 기업 유치에 따른 재정확충 효과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유치 성공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청주시에서는 결손기업이던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법인 지방소득세 381억원을 납부하여 청주시의 재정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이는 2015년 청주시 전체 지방세 수입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지역경제가 지방재정에 직결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서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원활한 영업활동을 지원해야 재정확충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하여 벌어들인 지방소득세는 국가에서 용도를 정해주는 국고보조금과는 달리 지역 주민이 원하는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 주민이 행복한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등 주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방세 수입의 확충은 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초로 선출된 지 20년이 되어 지방자치제도도 이제 성년을 맞이하였다. 이제는 국가 정책에 따라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이전(移轉)재원을 수동적으로 받아 쓰는 '먹방'의 지방재정에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재정'세제를 기획하고 스스로 벌어 쓰는 '쿡방'의 지방재정으로 거듭나 주민들이 각 지역의 발전을 요리하는 지방자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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