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중심부에 있는 '앵발리드'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자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군사박물관이나 나폴레옹 무덤으로 더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앵발리드의 출발은 1674년 루이 14세 때 부상 군인을 위한 치료 시설이다. 몇 년 후 생 루이 교회가 들어서고 교회 지하에 나폴레옹 1세의 관이 안치되면서 역사유적지로 그 무게감이 더 커졌다.
앵발리드의 명칭에서도 그 기원이 잘 드러난다. 앵발리드의 공식 명칭은 '오뗄 나시오날 데 앵발리드'다. 앵발리드(Invalides)는 영어의 인밸리드(Invalid) 즉 상이용사라는 뜻이다. 앵발리드를 구성하는 각 건축물마다 모두 17개의 중원(中園)이 있는데 각각 별도의 이름이 붙어 있다. 생 루이 교회 뒤편의 제1구역 명칭이 바로 '쿠 도뇌르'(Cour d'honneur) 즉 명예의 정원이다.
특히 황금색 돔으로 된 생 루이 교회는 왕실과 군인이 함께 미사를 보는 군인 교회였다. 출입구만 다를 뿐 아무런 차별이 없었다. 제단이 분리되고 유리벽이 생긴 것은 19세기 나폴레옹의 무덤이 들어선 이후다. 프랑스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 대한 예우와 명예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의식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퇴역 군인을 뜻하는 '베테랑'(Veteran)은 라틴어 베투스(Vetus)가 그 어원이다. 베투스는 '오래된'이라는 뜻이다. 각국마다 국가에 헌신한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다. 전사자는 물론 임무 중 부상 군인에 대해 베테랑의 자격으로 치료는 물론 생활까지 책임진다. 영국은 11월 11일을 전사자 추모일로 정하고 흰색'붉은색 양귀비(Poppy) 꽃을 바치는데, 생화가 아닌 조화로 평화를 상징한다.
북한 지뢰 도발 때 두 다리를 잃은 장병의 민간병원 치료비 문제로 논란이 일자 국방부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치료비는 자부담'이라는 우스갯소리는 들어봤어도 임무 중 다친 군인에게 제 돈 내고 치료를 받으라는 규정은 어처구니가 없다.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요양비를 최대 30일까지로 제한한 군인연금법 때문이다.
문제는 국방부의 이번 방침도 하재헌 하사에 국한된 특별 조치라는 점이다. 공무 수행 과정에서 입은 공상(公傷)에 관한 관련 법규 개선이 없다면 이런 일을 계속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전시든 아니든 군인의 희생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만든 정부나 국회가 참 한심하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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