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공기업에 이어 사기업들도 임금피크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내년 정년연장제 본격 시행을 앞둔 사전 조치다.
현재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대부분 57세부터 임금 감축을 시작, 기존 임금 대비 10%가량을 매년 깎아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생활 임금 보장'을 둘러싼 다툼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공무원은 놔두고 공공기관'일반기업에만 강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어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향후 사회적 갈등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구미·김천 300인 이상 업체 160곳 중 23곳 도입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코오롱인더스트리㈜ 노사는 지난달 말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57세 이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57세부터 전년 대비 기본급의 10%씩을 줄이는 방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번 노사 합의로 코오롱그룹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전 계열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사인 포스코켐텍도 최근 포항 본사에서 정년을 60세로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노사합의를 했다.
이 합의안에 따라 만 56세는 기존 임금의 90%, 57세는 80%, 58세부터 정년까지는 70%를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다.
1일 구미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구미'김천권 경우, 내년부터 정년연장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기업체 및 공공기관은 160곳으로 이 중 23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또 89곳은 연말 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48곳은 노사 간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나거나 다른 기업체의 눈치를 보는 등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고용청은 덧붙였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구미'김천권 기업체들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방식은 전년 대비 기본급의 10%씩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A사(社)는 58세가 되는 직원부터 기존 임금 대비 기본급의 10%씩을, B사는 56세부터 전년 대비 10%씩을 각각 줄이기로 했다.
C사는 56세부터 전년 대비 기본급의 20%씩을 줄이기로 했고, D사는 58세 때 한 해만 전년 대비 기본급의 40%를 줄이기로 했다. E사는 58세 때 20%, 59세 25%, 60세 25%를 감액하기로 했다.
◆경북개발공사·구미시설공단도 내년부터 시행
경북도 산하 공기업인 경북개발공사와 경북관광공사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대구경북 공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북개발공사 경우, 58세에 5%, 59세에 15%, 60세에 25%를 줄여 임금 45%를 삭감하기로 했다. 경북관광공사 역시 58세에 20%, 59세에 25%, 60세에 30% 임금을 깎는다.
구미시설공단도 지난달 30일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사가 합의, 58세 10%, 59세 20%, 60세 25%의 임금을 감액하기로 했다.
대구시 산하 도시철도공사, 도시공사, 시설관리공단, 환경공단 등 4개 공사'공단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년 3년 전부터 임금을 8∼30%씩 줄인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는 자치단체 직영기업을 제외한 142개 전 지방공기업 중 100곳에서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고 1일 밝혔다. 전국 지방공기업 노사의 70%가 임금피크제에 합의한 것. 나머지 42곳도 연내 노사합의를 보겠다는 추진 계획을 행자부에 냈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달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이 모두 168곳으로, 전체 도입률이 53.2%라고 1일 공시했다. 공기업은 30곳 중 26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도입률이 86.7%가 됐다.
준정부기관 86곳 중에서는 69곳(80.2%), 기타 공공기관 200곳 중에선 73곳(36.5%)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평균으로 따졌을 때 이들 기관 직원들은 퇴직 2.7년 전부터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게 된다.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퇴직 1년 전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직전 연도 임금의 68.2%, 2년 전에는 74.4%, 3년 전에는 81.3%를 받는다.
◆使 "반드시 도입해야"-勞 "일방적 임금 삭감"
구미산업단지 내 한 기업체에서는 최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임금피크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사측 입장과 '정년연장 의무화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은 일방적인 임금 삭감 행위'라는 노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미산단 내 한 노조 관계자는 "정년연장이 법으로 의무화되는 상황에서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아 기업의 이익만 늘려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강제 사항이 아니고 처벌 규정도 없다'며 다른 기업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임금피크제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권고 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사기업들이 도입하지 않는다 해서 처벌 규정은 없다.
그러나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300인 미만은 2017년부터)은 60세 정년이 의무 사항이어서 정년연장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년연장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조항은 없지만 60세 미만의 근로자가 나이를 이유로 해고되었을 때 부당 노동행위로 간주돼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회사는 행정처분과 민'형사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지원금 확대 등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감액 이후 소득이 6천870만원 이하 근로자 중 55세 이후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최초 1년 차 10% 이상, 2년 차 15% 이상, 3~5년 차 20% 이상 감액되는 근로자에 대해선 연간 720만원 한도로 최대 5년간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지급한다.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는 연간 840만원을 지원한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공무원이 솔선수범해야 일반 국민도 모두 수긍할 것"이라며 공무원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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