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아름다운 나라~".
15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 신문희 씨의 노래 '아름다운 나라'가 울려 퍼졌다.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저마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함께 노래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태극기의 물결은 장관을 이뤘고 대한민국, 우리 조국, 나라 사랑을 외치는 천 명의 메아리는 감동의 울림이었다. 전 세계 40개국 1천여 명의 한상(韓商)과 국내 200여 개 업체 관계자 등 총 3천여 명이 함께했던 제14차 세계한상대회는 이렇게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계한상대회는 세계화상대회(世界華商大會)를 모티브로 삼았다. 외국에 사는 중국인을 뜻하는 화교 상인, 화상은 4천800만 명(2014년)에 2조달러(2005년 기준)의 유동 자산을 보유해 '제4의 제국'으로도 불린다. 지금의 중국은 해외에서 부를 축적한 화상들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의 자본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화상들이 한데 모여 위세를 뽐내며 비즈니스의 장을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세계화상대회다.
한발 늦게 시작했지만 우리 한상들의 모임인 세계한상대회도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 국가 경제와 개최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4천 명의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근처 숙박업소와 식당 등은 밀려드는 손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침체됐던 지역 경제는 북적이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대회 기간 동안 이뤄진 5천여 건의 비즈니스 상담과 미팅은 계약 체결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한다. 특히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한상들을 통해 해외 시장 정보를 파악하고 새로운 판로를 열어 더 큰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회를 얻는다. 혈혈단신으로 나라를 떠나 피땀으로 일군 성과들을 한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모습에서 그들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느낄 수 있다.
송창근 제14차 한상대회장은 "조국이 부모라면 한상은 자식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처럼 한상도 조국에 효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을 포함한 720만 재외 동포들은 이역만리 타향에서도 항상 조국을 그리며 대한민국을 응원했고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재일 교포들이 1조원을 국내로 송금해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줬고 전 세계 동포들도 1달러라도 더 보내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송 대회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뭘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논의 끝에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서기로 했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해외 기업에 청년들을 채용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던 한상의 정신을 청년들에게 전수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961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십시오"라고 연설했다. 국민의 권리만큼 의무도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에 대한 의미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여전히 불안한 안보,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자기희생'을 통한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으로서 권리만 누리려 하고 의무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10월 경주 땅에서 본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다. 한상들의 불타는 애국정신을 본받아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우리의 자산인 720만 재외 동포와 함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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