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속 고시원으로 유학, 웹캠 아래 10시간 열공

화상채팅으로 감시 '캠스터디' 공부시간 못 채울 땐 벌금 내

'고시원은 기본, 산속에 화상채팅 감시까지.'

취업난 속에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은 늘고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면서 공시생들의 삶도 치열해지고 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9'여) 씨는 석 달 전부터 서울 노량진 고시원에서 생활 중이다.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3년간 공부를 했지만 매번 낙방하는 바람에 큰맘 먹고 '공시유학'을 떠났다.

김 씨처럼 고시촌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엔 '산속 고시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유흥가, PC방 등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가 많은 도시에 비해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적어 산속 고시원을 선택한다. 지난해 공무원이 된 유모(36) 씨는 "시내 고시원에서 생활했는데 주변에 술집이 너무 많아 매일같이 술자리를 했고 두 달 만에 산속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공기도 맑고 공부 외엔 할 것이 없어 한 달여 만에 친 시험에 합격했다"고 했다.

혼자 공부하기 힘든 공시생들은 출첵스터디나 웹캠스터디(캠스터디)를 통해 독서실에 출석하는지, 하루 일정시간 공부를 하는지 등을 서로 감시한다.

출첵스터디는 스터디 회원들끼리 학원이나 독서실 등에 출석을 확인해주는 방법으로 계획적인 시험 준비를 도와준다. 스터디마다 시간과 규칙은 다르지만 대부분 일정 예치금을 먼저 내고 벌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운영한다.

출석 후에 나태해지는 공시생들 사이에는 1, 2년 전부터 캠스터디라는 강도 높은 스터디 모임이 유행이다. 캠스터디는 하루 공부시간을 정해 놓고 컴퓨터 웹캠을 이용한 온라인 화상채팅 프로그램으로 스터디 회원들이 정해진 시간만큼 공부를 하는지 서로 감시하는 모임이다.

스터디별로 공부시간을 정해두고 약속한 시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시생 10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한 캠스터디의 경우 오전 8시에서 오후 11시 사이에 공부시간 10시간을 채워야 하는 동시에 딴 짓을 하지 않도록 스마트폰과 공부하는 손이 화면에 보이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스탑워치를 화면에 보이도록 두고 자리를 비울 때는 스탑워치를 정지시켜 정확한 공부시간을 산정한다.

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 조모(29) 씨는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강제성도 있지만 '딴 사람들이 저만큼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일종의 경쟁심리도 자극된다. 다들 절박한 만큼 각종 방법을 동원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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