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정치쇼' 청와대 5자 회동
그럼에도 여·야·정은 자주 대화해야
朴 대통령의 정면돌파 리더십 절실
여야 설득하는 정치력 발휘할 시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성과 없는 정치쇼라는 평이 나온다.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5자 회동에 대한 여론이다. 예상대로 국정교과서 문제가 복병이었다. 양측이 대화를 나누면 접점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민생이 팍팍하고 경제가 어려우니 조금씩 양보할 수는 없었을까. 현행 역사교과서의 일부 문제를 인정하되, 국정화만이 아닌 대안을 함께 찾아보기로 말이다. 그 대신 야당은 노동개혁과 경제 관련 법안, 한중 FTA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를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회담 후 정국은 더 경색되고 말았다. 뭐하러 만났느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만났어야 하고, 앞으로도 여'야'정은 자주 만나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정국을 꼬이게 만든 것도, 결자해지해야 할 책임도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정국은 솔직히 느닷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노동개혁이 절박한 과제임을 강조해 온 터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당의 5대 법안을 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여왔다. 노동개혁을 비롯해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도 완수해야 한다고 해왔다. 근본적으로는 국민들도 동의하고 있는 인식이었다. 이런 판국에 갑작스레 꺼내 든 교과서 문제는 시급한 현안의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현행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뜨악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청난 분열과 국가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밀어붙여야 할 당위성과 시급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야당이 거리로 나가는 것은 물론 잘못이다. 촛불시위에 가담하는 국회의원들도 의원 자격이 없다. 하지만 교과서 정국의 원인 제공자가 박 대통령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미적거리던 교육부 장'차관들이 황급히 국정화의 총대를 메고 나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따라서 현 정국을 풀어갈 책임도 박 대통령에게 있다.
희망적인 것은 박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했다는 사실이다. 현 정국에서 국회를 찾으면 야당이 어떤 대접을 할지 예상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처럼 총리에게 대독을 시키지 않았다. 지금은 그 같은 정면돌파 리더십이 중요하다. 국정화 소신을 관철하라는 게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한 바 있다. 이제는 야당 의원들도 만나야 한다. 속이 타들어 간다고 나무라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면 관련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을 모두 초청해 만나야 한다. 대화 끝에 양측이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간도 아직 남아 있다.
우리는 여야가 싸우는 걸 이전투구라고 비판한다. 미국의 정치권은 더 살벌하다. 예산안을 놓고 양측이 다투면서 정부 폐쇄를 불사한다. 특히 '오바마 케어'를 놓고 다툴 때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사회주의자'라고 한 것은 점잖은 축이다. 히틀러, 무슬림 등 인신모독적 언사가 선을 넘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도, 오바마는 반대당인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을 초청해 의견을 나눴다. 예산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여야 의원들을 만나 직접 협상에 임하기도 했다. 정부 폐쇄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 오바마 대통령은 연 이틀간 공화당 의원들을 호텔로 초대해 저녁과 점심을 함께했다. 장시간의 식탁대화에서도 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식사를 마친 공화당 의원들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결국 '오바마 케어'는 이런 지루한 정치행위가 있은 후에 도입될 수 있었다.
살벌한 정치언어들이 가뜩이나 스산해지는 날씨를 더욱 춥게 느끼게 한다. 따뜻한 훈풍을 부르는 정치권의 모습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모임 끝에 정치적 수사로 흔히 쓰는 말이라도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견이 있다는 것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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