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금융'의료의 중심지로 불리는 범어네거리 인근의 범어시장은 달구벌대로와 동대구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수성벌을 가로지르는 범어천을 끼고 형성돼 동구'수성구 등 인근 주민은 물론 경산에서도 찾을 만큼 큰 규모의 전통시장이었다. 1989년 시장 옆의 범어천 복개와 함께 2000년 5월 시장 화재로 상인들이 흩어지면서 시장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10여 년 새 고층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 식당, 카페, 편의점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현재 시장의 흔적을 찾기도 힘들다. 그나마 남은 자취라면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돼지국밥집 서너 곳, 낡은 간판을 단 쌀집, 과일가게, 채소를 다듬어 파는 할머니의 노점 등 몇 곳이 전부다.
금융기관과 병원, 호텔 등이 밀집한데다 지하철역 때문에 범어시장 주변은 늘 유동인구가 많다. 점심을 해결하거나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일 만한 식당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곳은 한마디로 교통지옥이다. 차량들이 뒤엉켜 늘 길이 막히고 노란색 실선 두 겹으로 된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은 있으나마나다. 구청은 인력'장비 탓하며 단속에 손을 놓았고, 간혹 단속해도 그때뿐이다.
이면도로나 주택가 골목의 막힘 현상은 범어시장 주변만의 문제는 아니다. 법규 위반 차량 때문에 체증이 일상화됐다. 일본을 여행한 이들이 한결같이 지적하지만 우리와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소음과 골목길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도시 뒷골목에는 불법 주차 차량을 찾아볼 수 없고 한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제도적으로 금지한 탓도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과다.
인천 남구청이 '주민참여형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실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보도다. 2013년부터 주민이 직접 불법 차량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생활불편 앱을 통해 전송하면 구청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인데 눈에 띄는 대목은 주민참여와 고발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흐름이다.
교통 법규나 기초 생활질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나 하나 편하자고 약속을 어기면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막대한 사회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시민 개개인이 이런 기본을 무시할 경우 무질서는 시민 정서를 좀먹고 결국 갈등과 범죄를 부르게 된다. 기초생활 질서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을 깨우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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