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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생각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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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의 나는 20대 후반의 활기와 열정으로 모델 에이전시를 이끌고 있었다. 건축 경기가 지금보다 좋았던 그 시절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양에 내레이션 모델들이 활약을 많이 하던 때였다.

하루는 아파트 분양을 시작해 건축회사 담당자, 모델들, 언론사 홍보팀원들이 함께 모여 회식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포장마차로 향했다. 낮에는 세차장으로 쓰이지만, 밤에는 포장마차가 문을 여는 곳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나는 자동차 트렁크에 놔둔 물건을 가지러 자동차를 세워둔 곳으로 잠시 나갔다. 차 트렁크를 열려고 다가가는 순간, 그만 세차장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한쪽 발이 빠지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팔을 옆으로 뻗었고, 마치 재래식 화장실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팔을 벌린 채 구덩이 밖으로 얼굴만 내민 상태로 버티고 있었다.

잠시 뒤 일행이 찾으러 와 땅 위로 머리만 내밀고 부들부들 버티는 나를 발견하고선 허겁지겁 구출했다. 나를 본 일행들은 내 꼴을 보고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멀쩡히 옷을 차려입은 20대 모델 에이전시 대표의 얼굴과 몸은 기름과 오물로 범벅이 되고 눈물 콧물이 얼룩져 있었으니 그 몰골이 어땠으랴. 부끄러움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던 나는 병원에 가기 위해 차에 타고 나서야 비로소 옆구리, 엉덩이, 다리 쪽에서 열감을 느꼈다. 병원에 가보니 갈비뼈가 몇 대 부러져 있었고, 옆구리를 비롯한 다른 부위들은 찢어져 있었던 것이다. 딱 요즘 시기에 일어났던 일이다.

되새겨 보면 열정으로 불타던 시절이었으나, 철부지처럼 멋모르고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사실 그 사건이 있기 하루 전 나는 너무나 휴식이 필요했다. 사람들과 차단된 어딘가에서 하루 정도 온전히 쉬고 싶은 마음에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하루만 입원해서 링거도 맞고 휴식을 좀 취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 날 출근을 했더니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병원에 누워 줄곧 생각했다. 생각한 대로 되는 거구나. 병원에서 쉬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이렇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구나.

카오스 이론,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미국 토네이도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비효과가 어디 기상과 물리학에만 해당이 되겠는가.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의 생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자신의 인생을 어느 방향으로 운행해 나갈 것인가는 지금의 생각 한 톨에 달려 있다.

가을이 지나면 따뜻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겨울이 올 것이다. 다가올 겨울에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따뜻함을 전할 것인지 지금부터 생각해 보아야겠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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