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파만파 번진 가수 장윤정의 잔혹한 가족사가 2년여 만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장윤정과 그의 모친 및 남동생 간의 싸움은 이미 2013년 장윤정의 결혼식을 전후로 대중에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장윤정이 벌어들인 돈을 모친과 남동생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 가관인 건 그들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굳이 언론에 알리며 공방전을 펼쳤다는 거다. 그나마 장윤정은 토크쇼 등에서 한 차례 입장을 밝힌 후 가족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았지만 그의 모친은 끊임없이 언론과 접촉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폭로를 하다 때로는 회유책을 쓰기도 했고 그러다 눈물을 흘리며 동정표를 구걸하곤 했다. 이후 2년여간 잠잠해졌나 싶더니 최근 장윤정의 모친 육 모 씨가 다시 불씨를 던지며 이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더 이상 그들의 가족사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없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공개적으로, 언론의 약점을 이용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무지와 무모함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장윤정 모친, 언론에 이메일 수차례 보내
최근 장윤정의 모친은 각 언론사에 세 차례나 이메일을 보내 가족 안에서의 문제를 새삼 알리고 나섰다. 첫 번째 메일이 도착한 건 지난 2일. 장윤정의 모친 육 모씨는 뜬금없이 이메일을 통해 "연말은 트로트 가수 장윤정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니 성공적으로 디너쇼 등 행사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써줬으면 좋겠다"며 자상한 어머니의 면모를 보였다. 또한, "요즘 장윤정의 행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모두 내 불찰이다. 윤정이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효녀 장윤정'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윤정이가 얼마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한 사실도 크게 다뤄주시길 바란다. 정말 착한 아이다. 눈물로 호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매체는육 씨의 메일 내용을 기사화했다. 또다시 논란이 시작되겠지만 어쨌든 매체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제성 높은 이슈였던 게 사실이다. 당연히 육 씨와 단독 인터뷰를 한 후 기사화하는 매체도 나왔다. 이슈몰이가 목적이었다면 성공적이었다.
여기서 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은 사흘 뒤 어이없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5일 육 씨가 새롭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존의 입장을 뒤엎고 다시 장윤정을 난도질했다. 먼저 "장윤정 소속사 측이 '딸에 대한 진심과 애정 어린 말은 고맙지만 모녀 간에 오가야 할 이야기를 상의도 없이 언론사에 알려 기사화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 가족사의 공론화는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하더라"면서 첫 번째 메일이 기사화된 이후에 발생한 일들을 알렸다. 그러면서 "3년간 윤정이와 연락을 취하려 노력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신혼집에 찾아갔을 때는 경호원이 욕을 했고 윤정이는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이야기 나누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러더니 "장윤정이 남동생의 직장으로 급여압류통지서를 보냈다. 망신을 줘 직장을 잃게 할 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윤정이와 친손자를 위해 천도재까지 지냈다. 죽고 싶다"고 다시 폭로전을 펼쳤다. 마지막에는 다시 "윤정이를 세계적인 트로트 가수로 만들어달라. 이젠 윤정이가 찾아오는 건 바라지 않고 죽기 전에 외손자 연우를 한번 안아보는 게 소원이다. 윤정이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붙여 읽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말미에는 '딸년 등골 빼먹은 나쁜 엄마 육흥복 올림'이라고 썼다. 감정 기복이 심해도 어느 정도지 장단을 맞춰줄 수 없는 수준이다.
11일에는 세 번째 이메일을 통해 "오늘부터 '장윤정의 2大 거짓말'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시리즈로 내겠다"고 말하며 본격적인 싸움의 시동을 걸었다. 이어 "2013년 윤정이가 방송에서 밝힌 이야기들로 인해 나는 '딸 등골 빼먹은 나쁜 엄마'가 됐다. 딸을 밤무대에 올려놓고 그 돈으로 도박까지 한 사람이 됐는데 이에 윤정이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래 놓고는 올 9월에 또 방송에서 '엄마를 이해한다'며 대인배인 양 스스로를 포장했다"면서 "딸이 방송에서 황당한 거짓말로 나를 음해했을 때나 감옥에 넣겠다고 형사고소 했을 때도 모두 참으려 했고 딸의 허물을 덮고 살려고 했다. 하지만, 내게도 최소한의 명예가 있기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다시 언론플레이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고는 뒤를 이어 '밤무대 앵벌이설'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겠다며 구구절절 과거 이야기를 펼쳤다. 긴 내용을 요약하자면 현재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본인의 뒷바라지로 장윤정이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오해가 있다는 게 육 씨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사실 여부 궁금증보다 비상식적 행동 이해할 수 없어
11월 초부터 의도치 않게 도마 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장윤정은 입을 다물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장윤정의 모친 육 씨는 끊임없이 딸을 도발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이번 이슈에서 중요한 건 더 이상 매체 관계자들이나 대중이 사실 여부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딱히 장윤정의 말이 진실이고 육 씨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집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리지 못해, 심지어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 딸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육 씨의 행동에 강한 거부감이 들어 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기 싫어졌을 뿐이다. 이미 2013년부터 시작해 육 씨가 끊임없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사실상 그가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있는 그대로 믿어줄 이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육 씨는 2013년 당시 필자와 함께 일하던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작가와 PD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해 인터뷰이를 자청했다. 주간 단위로 '뉴스거리'를 찾느라 혈안이 됐던 제작진은 두어 차례 육 씨의 요청에 응했고 그때마다 육 씨는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해당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시청률 상승에 기여했다. 그 시기 육 씨를 인터뷰한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육 씨는 녹화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감정을 끌어올리고는 인터뷰가 시작되면 성공적으로 눈물을 떨어뜨리곤 했다고 한다. 그게 연기인지 아니면 인터뷰 중 감정이 격해졌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육 씨가 언론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하고 이용하려 했던 건 분명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수도 없이 많은 온라인 매체가 생겨난 터라 매체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업계 상황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미 육 씨의 메일을 기사화하지 않겠다고 나선 매체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타 매체가 모두 동조하진 않는다. 연예 관련 매체의 수가 한정적이었던 시절이었다면 담당 기자 몇 명이 말을 맞춰 가족사 보도 중단에 합의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이름이나 문구에 맞춰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고 자사 홈페이지 클릭 수를 올리려 기를 쓰는 매체들이 즐비하니 육 씨의 메일은 좋은 '재료'이다.
굳이 이 내용을 다루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화제가 된 이슈라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윤정이나 육 씨 어느 쪽의 편에도 설 마음은 없다. 그저 오해가 있든 소송이 진행 중이든 가족사는 그들 안에서 해결하고 더 이상 비상식적인 언론플레이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령 육 씨가 스스로 '나는 나쁜 어머니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그가 말하는 '오해'가 정말로 '오해'였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는 되돌릴 수 없다.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국민 앞에서 딸을 욕하는 엄마라니, 공감대 형성에 부적합한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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