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북비산네거리 '사랑해 밥차', 갈등 끝에 무료급식소 중단

"서구청 대체 부지에 소극적"

대구 서구 북비산네거리에서 6년째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오던 (사)사랑해밥차가 급식 공간을 찾지 못해 18일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무료급식소 대체 부지 마련에 소극적으로 일관했던 서구청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본지 10월 29일 자 7면 보도)

사랑해밥차는 2009년부터 6년간 매주 수요일 북비산네거리에서 홀몸노인과 장애인'노숙자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다. 하지만 최근 서구청이 이 일대 4천㎡를 '명품 가로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밥차 측과 갈등이 불거졌다. 인근 주민들이 환경 개선을 위해 급식소 운영을 반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밥차 측에 따르면 인근 주민들이 봉사활동 현장으로 찾아와 자원봉사자들에게 항의했고 유료로 수도와 전기를 공급하던 곳에서도 공급을 중단하면서 급식소 운영 자체에 차질이 생겼다. 최영진 사랑해밥차 단장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마치 행패를 부리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분위기였다"며 "자원봉사자들도 힘든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대체 부지 마련을 약속했지만 모두 급식소 운영에 부적합한 곳이었다. 지난해 구청이 처음으로 마련해준 대체 부지는 인근 전통시장 공영주차장으로 공간이 협소하고 주차장 이용객들과의 마찰 때문에 운영할 수 없었다. 최근에 구청이 마련해준 곳은 대구 서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지하공간이었다. 하지만 40~50명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하고 반지하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노인 이용이 사실상 어려웠다. 최 단장은 "구청이 대체 부지 마련에 소극적이었고 원래 위치에서 급식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갈등이 지속돼 결국 운영진, 자원봉사자들과 회의 끝에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밥차 운영이 중단되면서 300~400명에 이르는 취약계층이 급식을 더는 받지 못하게 됐다. 최 단장은 "우리는 다른 곳에서 급식 봉사를 하면 되지만 지금까지 이용해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며 "18일 급식을 하며 중단 소식을 알리고 설명을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대체 부지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 사랑해밥차를 이용했던 주민에게는 다른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게끔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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