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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피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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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붉은 두드러기에 '긁적긁적'

직장인 유현성(40) 씨는 가을철만 되면 초승달 모양의 붉은 두드러기가 돋는다. 팔에서 먼저 시작된 두드러기는 사그라졌다가 나타나길 반복하며 가슴과 허리 주위로 번졌다. 무심코 긁다 보면 피가 나거나 더욱 가려워지는 일도 잦았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유 씨는 계절성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 씨는 "며칠 간 약을 먹으면 가려움증은 잦아들지만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매년 반복된다는 게 괴롭다"고 푸념했다.

가을철 피부는 괴롭다. 차고 건조한 공기에 피부는 마르고, 심한 일교차를 겪다 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도 심해진다. 미세먼지는 모공을 막아 여드름의 원인이 되고, 낙엽 등 각종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되기도 쉽다.

◆마른 공기에 약해지는 피부

가을철에는 피부의 수분 함량이 줄면서 피부 건조증이 나타나기 쉽다. 낮아진 습도로 인해 피부가 머금고 있던 물기가 급격하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피부 건조증은 피부 수분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주로 건조한 날씨나 자외선 등이 원인이지만 가족력이나 아토피 피부염, 피부 노화 등도 건조증을 악화시킨다. 피부가 노화되거나 피부 질환이 있으면 피부의 지질 성분이 떨어지고, 수분 함유량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등의 질환은 가을철에 더욱 악화되기 쉽다. 피부 건조증이 생기면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고 가려움증이나 갈라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종아리나 허벅지 등 다리 부위와 팔에서 시작돼 옆구리와 마찰이 심한 부위, 허리 주위 등 온몸으로 퍼진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은 피부 건조에 의해 악화되는 대표적 질환이다. 일교차가 심한 가을에는 아침저녁의 찬 기운으로 인해 바이러스나 세균감염으로 인한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된다. 건선 역시 여름보다는 건조해진 가을에 악화되며, 환절기에 걸리기 쉬운 감기 등 감염 질환에 의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건조한 피부와 미세먼지가 만나면 여드름을 부른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모공으로 침투하면 피부 노폐물과 만나 여드름의 원인이 되기 쉽다. 또 건조해진 피부는 각질층이 두껍게 형성되는데, 쌓여 있는 각질이 피지와 노폐물의 배출을 방해하고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일으킨다. 떨어지는 낙엽 등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다.

◆적정한 습도와 보습제 사용 도움돼

피부 건조증 때문에 가려워진 피부를 마구 긁으면 세균에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긁다 보면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다시 가려움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건조증으로 인한 각질을 없애기 위해 스크럽 등을 자주 하게 되면 피부 장벽이 손상돼 건조함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샤워는 1, 2일에 한 번씩 가볍게 하고, 목욕 시간은 가급적 20분 이내로 줄이는 것이 좋다. 몸을 씻은 후에는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기 전에 적절한 보습제를 발라 피부의 수분막을 지켜야 한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물을 많이 마시고 과음이나 이뇨작용이 있는 카페인 음료 섭취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난방을 피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 온도는 약간 서늘한 20~22℃, 실내 습도는 50% 안팎을 유지해야 한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야외 작업을 할 때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작업복을 입는다. 쓰쓰가무시병이나 알레르기 등의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바닥에 앉을 때는 돗자리나 방석, 의자 등을 사용하고, 풀숲에 직접 앉거나 용변을 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붉어진 얼굴, 자외선 차단제 잊지 마세요

가을철에는 심한 일교차 때문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는 안면 홍조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안면 홍조는 얼굴의 모세혈관들이 확장돼 화끈거리고 붉게 달아오르는 증상이 특징이다. 다른 부위에 비해 혈관 분포가 많고 피부가 얇은 양쪽 볼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안면 홍조의 원인은 긴장이나 스트레스, 부끄럼 등 정서적 요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여드름이나 아토피 피부염, 지루성 피부염 등 피부 질환을 앓을 경우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혈관 확장제나 칼슘 통로 차단제 등의 약물도 원인이 된다. 호르몬이 변화하는 40, 50대 폐경기 여성에게 자주 나타나는 점도 특징이다.

안면 홍조는 맵고 뜨거운 음식이나 찜질방 등 더운 장소, 혈관 활성물질인 히스타민이나 티라민이 함유된 치즈나 초콜릿, 바나나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혈관을 지지하는 탄력섬유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외출 시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뜨거운 물에서 목욕을 하거나 추운 곳에서 더운 장소로 갑자기 들어가는 것도 좋지 않다. 사우나나 심한 피부 마사지도 피해야 한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은 알코올 성분이 적게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고, 따갑거나 피부에 자극을 주는 화장품은 멀리 하는 게 좋다.

정현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적당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면서 "증상이 심하면 늘어난 혈관을 치료하는 레이저치료나 약물치료 등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정현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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