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 독일은 프랑코 반란군 편에 서서 참전했다. 내전이 발발했던 1936년부터 탱크와 항공기, 대포 등 무기는 물론 '콘도르 군단'이란 지상군도 지원했다. 콘도르 군단은 1936년 3천500명을 시작으로 총 1만9천 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나치는 뒤로는 공화정부에 무기를 팔았다. 콘도르 군단을 쏘라고 독일제 무기를 공화정부 군대에 쥐여준 꼴이다. 이 더러운 뒷거래의 주역은 나치의 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이었다. 그는 보도사키스 아타나시아데스라는 그리스인 무기 중개상을 통해 무기를 팔았는데 그 물량은 엄청났다. 1936년부터 시작한 공화정부와 괴링의 무기 암거래는 1939년 내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문제는 이 거래에서 공화정부가 이중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다. 공화정부와 프랑코파 모두와 거래하고 있었던 보도사키스는 성능이 우수한 최신 무기는 프랑코파에게, 낡고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는 공화정부에 보냈다. 그 대가로 보도사키스는 괴링에게 1차로 지불하는 무기 대금의 5, 6배를 받아냈다. 공화정부는 형편없는 무기를 말도 안 되는 비싼 값에 샀다는 얘기다. 보도사키스는 이렇게 챙긴 돈의 상당 부분을 다시 괴링에게 상납했다.
1987년 폭로된 '이란-콘트라 스캔들' 역시 전쟁의 추악한 뒷거래였다. 당시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레바논에서 이슬람 시아파 테러 집단에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했다. 당시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인 이라크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란과 이라크 모두에 미제 무기를 쥐어주고 피 터지게 싸우라고 한 것이다. 미국은 이런 뒷거래로 확보한 4천800만달러 중 일부를 빼돌려 니카라과의 좌파 산디니스타 정부의 전복을 꾀하던 우익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다.
시리아 북부지역을 장악한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에 매달 4천만달러(약 472억원)어치의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고 미국 재무부의 애덤 수빈 테러리즘'재정정보 차관이 밝혔다. 그는 이런 뒷거래를 가리켜 "IS와 알 아사드 정권이 서로 살육하면서 수백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적대적 공생이다. IS의 생존 비밀이 여기에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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