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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잔인함 인간의 '두 얼굴'…『관능미술사』『잔혹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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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미술사

잔혹미술사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송태욱 옮김/ 전한호 감수

우리는 일상적으로 애정과 고통을 말초적인 감각기관으로 체험하지만, 그 의미는 감각에 그치지 않고 확장되면서 '사랑과 죽음'은 인간의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독특한 주제로 서양미술을 재해석함으로써 서양 세계 전반의 미술사, 문화사, 정치사를 꿰뚫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저자는 '관능미술사'에서 "미술의 세계는 이렇게 복잡한 사랑의 주제로 흘러넘친다. 사랑과 죽음이야말로 인류의 오래된 양대 관심사였고, 그래서 화가들도 사랑과 죽음을 많이 다뤄왔다. 아니, 그 두 주제를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예술가는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라고 말문을 연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을 형태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문화적 지주로 삼는 서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체 여성상은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다. '관능미술사'는 미의 기원 비너스로 시작해서 르네상스기의 퇴폐와 향락의 흔적, 동성애, 부부 생활, 불륜 등 사랑의 여러 형태, 화가들의 뮤즈가 된 여성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죽이는 극단적인 장면, 종교적으로 승화된 관능미까지 폭넓게 다룬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 꼭 봐야 할 다양한 미술작품 200여 점을 선정해 싣고, 사랑의 세 가지 본질인 아가페(종교적인 무조건적 사랑), 에로스(성적인 사랑), 필리아(친구나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을 그려내려는 화가들의 의도를 파헤치며 그 그림들을 통시적으로 깊이 있게 천착한다. 이 책에서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모든 측면, 그 시작과 끝, 고상한 아름다움과 속물적이고 기능적인 아름다움까지 모두 아우른다.

'잔혹미술사'는 인간이 어디까지 잔악무도해질 수 있는지, 인간 내면의 본성적 잔인함에 주목했다. 성경과 그리스'로마신화를 넘나드는 잔인함, 중세의 마녀사냥, 근대의 고문과 처형, 흑사병, 질병 등을 관통하는 통시적 서사로 시대와 종교를 막론하고 충격적인 '피의 미술사'가 펼쳐진다. 그 속에서 서양 세계의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세 기독교 세계에서도 신의 이름으로 충격적인 처형이 일상적으로 자행되었다. 저자는 1581년 독일 뉘른베르크 참수 처형의 집행인 프란츠 슈미트라는 인물을 소개한다. 이미 참수된 시체에 대형 나무 수레바퀴를 짓눌러 '완전한 형태의 원이 지니는 신성함'으로 '정화'했다는 수레바퀴형에 대한 기록과 판화가 실려 있다. 죽은 사람을 또다시 화형에 처하는 일도 흔했다. 불에 신성한 정화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듯 이런 끔찍한 처형 방식들이 오락적 기능을 했다는 것도 분명하다. 참수 장면을 구경하면서 "왜 단칼에 죽이지 못하느냐"고 야유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저자는 말한다. "당신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명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루벤스, 카라바조, 다빈치 등 널리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과, 한국에는 자주 소개되지 않은 희귀 도판, 역사 기록물의 삽화까지 꼼꼼히 살펴 서양미술 속 그로테스크한 그림 200여 점을 책 속에 담았다.

인간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주는 이 책은 여러 시대, 다양한 작가들이 창조해낸 서양의 예술작품 세계를 해체하여, 동양의 소장 미술사학자가 지닌 새롭고 통합된 시선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서양 문화의 진면목을 살펴보고 이를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각각 25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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