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서울에서 보는 대구

4·13 총선 국면에서 지금껏 대구는 '핫플레이스'였다. 지난해 국회법 파동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대치부터 최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대구 출마까지 줄기차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서울의 정치부 여권 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대구 때문에 먹고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뉴스를 쫓고 이슈를 발굴해야 하는 기자 입장에선 그간 대구를 두고 벌어진 일들이 지면의 상당 부분을 채워줬으니 고마울 수밖에.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한마디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신이 선출한 원내대표를 끌어내렸다. 대통령의 분노(?)는 그 주변 인물들에게까지 향했고 급기야 대구 방문 때 현역의원들을 내친 채 대구와 연(緣)이 있는 참모들로 병풍을 쳤다.

곧바로 '유승민계 물갈이설' '청(靑) 참모 TK 출마설'이 회자됐고, 기다렸다는 듯 그들은 '깃대' 하나씩 들고 대구를 향했다.

진박·가박·용박 논란이 불거지고 예상과 달리 반응이 없자 링을 떠나고 옮기는 이도 나타났다. 최근 선수 교체가 이뤄졌고 그런데도 "아직 끝이 아니다"는 말에 궁금증은 더 일고 있다.

지금까지 방영된 대구를 둘러싼 친박계의 '정치 드라마'를 서울에서는 어떻게 봤을까.

"우리가 주목하는 건 딱 두 가지다. 하나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연 대구에서 야당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와 새로운 지도자급으로 자질을 갖췄다 보고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생환 여부다. 하나 덧붙이자면 대구서 벌어진 새누리당의 행태가 수도권에 미칠 영향이다."

어차피 대구는 새누리당으로 채워질 것이니 누가 되든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는 일련의 일들이 정치를 희화시켰고, 뒷걸음질치게 했다 말한다.

"정치는 비웃음을 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대구는 새누리당 후보만 되면 당선이 되니 모두가 공천에만 목을 맨다. 지역 일꾼을 자청한 후보는 공천이 힘들 것 같으니 입을 닦고 바로 붙어 있는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래도 공천을 받을 수 있다 자신하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더한 건 현역의원 누구도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데도 말 한마디 못하고 떨고만 있으니 이 또한 한심하지 않은가. 그게 우리가 보는 대구다."

변화가 없으면 인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다. 총선을 둘러싼 이 드라마가 뻔한 결말을 맺느냐, 아니면 반전을 이끌어 낼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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