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귀가 시간에 지하상가를 걷다 보면 가끔 낯선 풍경과 만나게 된다. 종교단체에서 노숙인들을 모아놓고 예배를 보는 풍경이다.
노숙인들은 패딩점퍼를 얻어 입는 조건(?)으로 종교단체의 집회에 참석한다. 잠시 들어보면 '당신들 귀한 인생을 왜 이렇게 허비하느냐' 식의 설교가 이어진다.
노숙인들은 1시간 남짓 집회에 참석하는 대가로 받은 패딩으로 올겨울을 따뜻하게 날 것이고 뜻밖의 복음 덕에 정말 회개의 기회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
노숙인쉼터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런 접근 방법은 그들을 자활(自活)로 인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대부분 노숙인들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 빈곤, 건강 등 여러 문제가 겹쳐 있어 자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 처음에 정상인이었던 사람도 몇 년씩 그런 세계에 몸을 맡겨 버리면 이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락하기도 한다.
첫 발령을 받은 사회복지사들이 처음에는 '이들을 자활시켜 꼭 사회에 복귀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다 5년 차 이전에 마음을 접는다고 한다. 함께 현장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정상인이 사업 실패, 실직 등 이유로 노숙인이 되는 경우는 소수이고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빈곤 때문에 교육을 못 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노숙인을 '바람 빠진 공'으로 비유한다. 바람이 있는 공은 바닥에 떨어뜨려도 튀어 오르지만 애초에 바닥에 있던 공은 반동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말은 노숙자들을 향해 '왜 이렇게 게으르고 무능하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변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쪽방촌 취재 때 한 노숙인을 만났다. 그는 쉼터에서 2박 3일 자활캠프에 다녀오면 3만원을 준다는 말에 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그 돈 받아서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세상을 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비슷한 처지의 노숙인들을 만나 마음을 바꾸었다. 인생의 막장에서 한 번 더 용기를 내기로 다짐했던 것이다.
결국 그 노숙인을 살려낸 건 그를 끌어안으려 다가오는 사회복지제도였다. 그 사회복지사가 멘토가 되어 그를 버젓한 직장에 취직까지 시켜줬다.
지금 대구시에는 '희망하우스'나 '희망드림센터' '쪽방상담연구소'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시설들이 많다. 이곳엔 잘 훈련된 복지사들과 사명감에 가득 찬 NGO들이 약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결국 큰 해결점은 정부 정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궁극적인 자활(自活)해법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적선(積善)차원의 지폐 한 장이나 종교단체의 봉사활동도 무척 중요하다. 이들의 따뜻한 훈김은 노숙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마음의 문을 열게 한 후 이들을 복지시설로 인도한다면 이것이 최선의 구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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