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상속 재벌가들의 불법과 일탈행위는 도무지 끝을 보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기억나는 것만 해도 각목 폭행, 맷값 폭행, 땅콩 리턴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에서부터 작년 한 해 롯데그룹 승계를 둘러싼 형제의 난을 시작으로, SK 회장의 혼외자 고백, 몽고간장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언과 폭행이 대미를 장식하였다.
이들이 가져온 오너 리스크는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 시킬 뿐만 아니라 종사자들과 주주들까지 곤경에 빠뜨리고, 나라 경제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그동안 재벌들의 사회적 물의가 있을 때마다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증시에서의 투자자 외면, 신사업에 대한 제동. 시간과 기회비용의 과다 지출 등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최근에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400대 억만장자를 부의 원천에 따라 분류해 발표했는데, 자수성가한 부호들의 비율이 미국 71%, 중국 97%, 일본 100%, 러시아 100%, 인도 64%인데 비해 한국은 0%로 자수성가는 전무하고, 모두 상속 받은 재벌 2, 3세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볼 때 한국 재벌들은 기업을 상속받아 키웠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부호들은 창업을 통해 부를 쌓았다는 것이다. 우리 재벌들의 기업 생태계 역동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에, 자수성가한 부호가 많은 나라들의 경우 기업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어 창업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경제학자들의 진단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상속재벌들은 선대와 종사자들의 피땀과 소비자들의 기여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해 기업이 세워졌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과 오너 자신의 도덕성을 견지해 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속 재벌들의 일탈이 가져오는 큰 문제는 장기적인 저성장과 불경기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과, 특히 고용불안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세대에게 좌절과 상실감을 더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 상속재벌들에 비해 앞서 언급한 세계적인 부호들은 재산의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에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점은 잘 비교가 된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에 재학했던 청년이 유서에서 금수저로 대변되는 그들만의 또 다른 리그가 있음을 지적하고, 반칙과 특권의 우리 사회구조를 비판하며 자살하여 파장을 던졌다. 뛰어난 두뇌와 스펙을 가지고 있는 청춘세대들의 현실이 삼포가 오포를 넘어 칠포가 되고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사람), 지여인(지방대 여성 인문계)의 한과 그 참담함은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이오덕 선생이 1960년대 후반 시골 오지의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엮은 농촌 아이들의 시모음집 '일하는 아이들'에 보면 "우리는 촌에서 마로 사노? 우리는 이런 데 마로 사노?" 라는 글이 있는데 순박한 농촌의 아이가 소외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어 참으로 가슴을 짠하게 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빈부격차의 현실은 심각하다. 수치상의 격차가 문제가 아니라 실생활의 차이가 엄청난 괴리를 가져오고 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큰 꿈을 꾸면 안 되는 나라"가 되었고, 우리는 죽을 때나 "억" 한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것이다.
지독한 빈곤과 외로움에 허덕이며 써 내려갔던 어린아이의 글 "우리는 촌에서 마로 사노? 우리는 이런 데 마로 사노?" 라는 물음이, 50년이 훨씬 지난 오늘 이 땅의 서민들과 푸른 청춘들의 물음과 절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진 자들의 나눔과 섬김의 사회적 공헌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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