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目下) 권력 투쟁이 한창이다. 4'13 총선이 끝나면, 대권을 두고 더 큰 싸움판이 치열해질 것이다. 이 땅에 형식적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서민들이 권력의 진정한 주인인 적은 없었다. 아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정치인의 말이 기억난다. "선거는 바람(wind)입니다. 공약, 선거전략…그런 거 아무 소용없어요." 사실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이었던 대구경북에서 민심의 바람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기억조차도 그리 많지 않다. 올해 총선은 좀 다를까?
어쨌든 총선이 끝나면 누군가는 국회로 진출할 것이고, 대선이 마무리되면 또 누군가는 새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누가 된다고 해서 이 땅의 서민들에게 없던 희망이 새로 생길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야와 정치권이 해온 행태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말이다. 필자가 보는 한국 정치의 민낯은 진부한 산업화'고도성장 패러다임에 빠진 여권과 구태의연한 민주화 시절 투쟁의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권이다. 이 두 가지 패러다임은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으나, 서민의 삶의 질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과 동북아시아 정세의 급변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서민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할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올해 1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수출이 2009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출액만 준 것이 아니라, 13대 주요 수출 품목 전 분야에서 수출 물량조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은 선진국보다 싸고 기술력은 신흥국보다 좋다'는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노동개혁과 기업 체질 개선은 시급한 과제이다. 나라 경제는 국민 삶의 기본적 물적 토대를 이룬다. 이 물적 토대의 붕괴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구조개혁을 발목 잡는 야권만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대통령과 여권이 주장하는 개혁 입법이 다 통과된다고 해도, 결코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의 호시절'은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만으로 한국호의 위기 탈출은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재벌과 귀족 노조 등 소수 기득권층에 대한 과감한 개혁과 사회적 구조개혁이 함께 추진될 때,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 선거를 통한 명예혁명이 간절한 이유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사건들이 연일 터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30대 가장이 초등생 아들을 때려죽인 뒤 시신까지 훼손하고, 또 40대 목사는 중학생 딸을 때려죽였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40대 가장이 부인과 두 자녀를 둔기로 때려죽이고 투신자살했다. 대구 서구에서는 20대 산모가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했다. 인천공항 테러 협박범은 대학원을 졸업한 실업자였다. 이런 참상들을 모두 개인적, 또는 가족 내부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인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엽기적 사건들은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이미 저성장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이 희망을 잃고 가진 자만을 위한 무한 경쟁과 성장 제일주의 이데올로기에 떠밀려 분노하고 좌절한 결과물은 아닐까.
물론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극단적 결과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가장 약한 자들이 겪는 참상에 다름 아니다. 많은 서민들의 삶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제발 국회로, 청와대로 들어가는 잘난 분들이 기득권의 유지'확대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와 국민(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서민)을 걱정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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