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의 80%인 연 320억원이 개성공단에서 나옵니다. 50년(개성공단 토지 이용기간) 동안 어떤 상황에도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기에 100억원 훨씬 넘게 투자해 입주했는데, 하루아침에 공장 문을 닫으라니…. 다시 공장 문을 열 수나 있을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를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발표에 이어 북측이 11일 '개성공단 강제 철수 및 재산 동결' 조치를 취하면서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28t 트레일러로 스무 번 날라야 겨우 가져올 수 있는데…"
개성공단에 입주한 대구의 침구 제조회사 ㈜평안의 관계자는 "지난 6일까지도 개성 공장을 정상 가동했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터졌다. 휴무였던 8일부터 10일까지 현지에 근무하는 남측 직원 6명 가운데 4명이 고향에 내려와 있었는데, 어제(10일) 발표가 있은 후 남은 당직 근무자 2명이 단 1차례만 완제품을 반출했다. 남겨둔 재산을 모두 잃게 생겼다"고 한숨지었다.
평안에 따르면 현지 개성 공장에 남아 있는 침구 완제품량은 회사가 보유한 28t 트레일러로 스무 번 이상 날라야 하는 규모다. 그러나 11일 북측이 '남한 직원 강제 추방' 조치를 갑작스레 발표한 탓에 현지에 남겨 둔 설비와 완제품은 물론, 지난 6일까지 개성으로 가져다 놓은 수백t의 원단'부자재도 회수 여부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평안은 2013년 3월 북한 핵실험에 이은 한미합동훈련으로 북한이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했을 때도 2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바 있다. 하지만,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보험)의 피해 보전 한도가 피해금액의 90%, 최대 70억원에 불과해 투자금의 절반도 보전받지 못했다.
경협보험은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되면 보험금을 반납하는 시스템이다. 그 때문에 평안은 5개월 후 공단이 재가동될 때 상환 부담을 겪어야 했다. 보험금으로 원단 거래대금을 결제한 탓에 보험금을 온전히 되갚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평안은 30억원의 정부 융자를 받아 보험금을 상환했다. 그에 따른 이자는 지금까지 갚아 나가고 있다. 이번에도 그런 위험이 재연될 우려가 매우 높다.
평안은 2005년 9월 개성공단 본 단지 1차 분양 대상업체에 선정돼 대구 업체 중 가장 이른 2006년 11월 현지 공장을 세웠다. 이후 올해까지 10년간 개성에서 생산 활동을 했다.
◆"北 토지 이용권 50년 보장한다더니…"
평안이 개성공단 입주를 결심한 것은 북한 근로자의 저렴한 임금을 통해 국내외의 비싼 봉제 임금을 충당하고 생산성도 더욱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마침 중국의 고용 제도가 엄격하게 바뀐 탓에 지출 부담이 늘어난 평안 중국 공장의 이주도 고려하던 터였다.
남북한 정부가 북한 내 토지 이용권을 50년 동안 보장한다고 공표한 점, 남북 갈등 상황에도 개성공단만큼은 문제없이 가동한다고 선언한 점도 매력 요인이었다.
이에 평안은 개성 입주 직후 북한 근로자를 ㈜평안 중국 현지 공장에 보내 숙련시켰다. 그런 뒤 중국 공장에 있던 설비를 모두 개성 공장에 옮겼고, 중국 공장의 문을 닫았다.
이때부터 개성 공장에 들인 토지'건물'설비 투자금만 130억원에 이른다. 이곳에서 고용해 기술 교육까지 마친 북한인 근로자도 올해까지 무려 950명에 달한다.
평안은 가동이 중단되는 동안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존 협력업체를 통해 부족한 생산량을 조금이나마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연매출 400억원(지난해 기준)을 내고 있는 평안은 전체 생산량의 80%가량을 개성 공장에서 생산해 왔다. 본사에 비축 재고가 있는 만큼 한동안은 제품 납품에 큰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평안 강진구 상무이사는 "기업이 공장을 열 때 외부 요인에 의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공장을 다시 운영할 수 있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개성공단에 입주한 대구 기업은 평안 외에도 스카프'손수건 전문 업체인 ㈜서도산업(대표 한재권)과 낚시가방 제조업체 웅피케이스(대표 김선옥) 등 모두 3곳이다.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7년 11월 입주한 서도산업은 현지 공장에 20억원을, 2008년 3월 입주한 웅피케이스는 10억원(2013년 기준)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웅피케이스는 지난해 하반기 개성 공장을 경기도 소재 한 기업에 매각한 뒤 철수해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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