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로지향(鄒魯之鄕)! 안동에 관한 답사여행기를 쓰려고 하니 설렘과 두려움이 앞선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문화재와 전통가옥, 독립운동가와 유학자를 배출한 고장으로 역사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볼거리뿐만 아니라 먹거리 또한 다양하고 풍부하다. 수많은 안동의 문화재 중 영호루, 삼태사묘, 제비원석불을 우선 찾아본다.
◆영호루…이황·이색·정몽주 목소리 낭랑한 영남 3대루
영호루(映湖樓)는 안동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안동 들머리, 옛 안동대교 둔덕에 위치한 영호루에 오르면 낙동강과 안동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가 우리나라 3대 누각이라면, 영호루는 촉석루, 영남루와 함께 영남의 3대루 중 하나이다. 고려 충렬왕 초 1274년 명현인 상락군 김방경 장군이 일본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고향인 안동에 들러 이곳에서 시를 읊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나, 창건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고려말 공민왕 10년(1361) 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피신하여 이곳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으며, 환도 후 1362년 영호루 세 글자를 어필(御筆)로 하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영호루, 안동시청에 걸린 안동웅부(安東雄府),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無量壽殿), 청량산 청량사의 유리보전(瑜璃寶殿) 또한 공민왕의 친필로 전해온다. 많은 시간과 어려움 끝에 이들 모두를 찾았을 때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누는 낙동강 범람으로 수차례 유실과 중수를 거듭했다. 현재의 누는 1970년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짓고 그 위에 단청을 했다. 영호루에 오르면 퇴계 이황,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등 옛 선비들이 읊은 시판이 가득하다. 특히 밤중에 이 누에 오르면 안동의 환상적인 야경을 덤으로 볼 수 있다.
◆삼태사묘…왕건의 '큰 스승' 안동 김씨·권씨·장씨 사당
태사묘(太師廟)는 영호루에서 10분 거리의 지척에 있다.
우리나라 반촌(班村)으로 첫손에 꼽히는 안동. 유교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인 태사묘가 안동 시가지 한가운데 시청 앞에 있다. 태사묘는 후삼국시대 후백제 견훤과 고구려 왕건이 안동에서 치열한 전투를 할 때 왕건을 도와서 견훤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안동 호족세력인 안동 김씨 김선평, 안동 권씨 권행, 안동 장씨 장정필(초명:길), 세분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므로 삼태사묘라고 한다. 흔히 무덤(墓)으로 알고 있으나 무덤이 아닌 사당(廟)이다.
이러한 공적으로 고려 태조 왕건은 이 세 사람에게 안동을 본으로 하는 성(姓)을 내리고, 큰 스승이라는 뜻의 태사(太師)란 칭호를 내렸다. 이후 안동은 중앙권력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양반이라는 명맥을 이어 왔으리라. 현재 태사묘에는 위패를 모신 사당 외에, 삼태사가 사용했던 유물과 하사품을 보존하고 있는 보물각이 있다. 이들 유물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매년 음력 2월 중정일(中丁日'음력 중순 정(丁)이 든 날)에는 안동을 본으로 하는 김, 권, 장씨 후손들이 모여 공동으로 향사를 올리고 있다. 향사 때에는 세 성씨가 번갈아가며 제관 역할을 하며, 비용은 공동으로 부담하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안동의 대동놀이인 차전놀이는 삼태사가 견훤 군대를 격파하고 승전 잔치를 벌인 것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태사묘에는 주차공간이 없다. 안동시청에 주차하고 동쪽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 가면 있다.
◆제비원 미륵불…明 이여송 칼 맞고 붉은 피 흘렸다는 암벽 불상
5번 국도를 따라 태사묘에서 영주 방향으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우측 나지막한 산 아래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보물 제115호로 지정된 제비원 미륵불이다.
자연 암벽에 몸체를 음각의 선(線)으로 새기고 머리는 따로 올려놓은 전체 높이 12.38m의 거구이다. 제비원미륵이라 불리는 이 불상의 정식 명칭은 안동이천동마애여래입상(安東泥川洞磨崖如來立像)이다. 너비 7.2m의 암벽을 몸체로 하고 그 위에 2.47m 높이 머리 부분을 조각하여 얹어 놓았다. 거대한 모습에서 풍기는 경건함과 인자한 눈, 잔잔한 미소가 보는 이들을 어루만지듯 감싸준다.
이러한 형식의 불상은 고려시대에 많이 만들어졌는데, 파주 용미리마애이불입상(보물 제93호)도 이와 거의 같은 양식이다. 목 부분이 붉은색을 띠고 있는데,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제비원미륵불 앞을 지나는데, 어찌 된 일인지 타고 가던 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장군은 미륵불에 올라가 칼로 목을 쳤다. 그때 미륵의 목에서 붉은 피가 흘렀는데 그 자국이라는 전설이다.
제비원은 성주신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성주신이란 가신(家神)이며, 집안의 으뜸 되는 신으로 가정의 길흉화복을 맡아보는 신이다. 입시 철에는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장소로 많은 학부모들이 찾고 있다. 제비원이라는 이름의 '원'(院)은 여행자가 쉬어 갈 수 있는 일종의 여관을 말했다. 안동에서 충청도와 경기도,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북 북부지방 소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안동소주도 한때 제비원소주라 불렀다.
※Tip
▶가는 길: 대구~중앙고속도로~남안동IC~구 안동대교~영호루(소요시간 약 1시간 20분)
▶영호루, 태사묘, 제비원석불 3곳 모두 입장료는 없으며, 태사묘를 제외한 2곳은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다.
▶태사묘 앞 안동구시장에는 찜닭골목이 있다. 닭고기, 감자, 양파, 당면, 청양고추를 넣어 만든 안동찜닭은 달콤하고 매콤한 맛과 푸짐한 양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3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인 중(中)자 가격은 2만5천~3만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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