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건강검진과 초음파검사

50대 초반의 여성이 누르스름한 낯빛에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진료실로 들어섰다. 한 달가량 속이 불편해 동네의원에서 혈액검사와 내시경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어 몇 주 동안 소화제를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속이 더부룩한 증세는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았고, 다시 방문한 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해보니 담낭에 큼직한 암이 발견됐다. CT 촬영을 해보니 간과 인근 림프절에도 전이된 말기 담낭암이었다. 수술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종양을 모두 말끔히 제거할 수만 있다면 수술하지 않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보다는 수술 후에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대수술이었다. 담낭을 포함한 간 절반과 췌장, 십이지장 및 대장 일부 그리고 림프절을 모두 들어내는데 8시간이 걸렸다. 수술 후 회복기간 중 한차례의 고비가 있었지만 한 달여 간의 회복 기간을 거쳐 퇴원했다. 입원 당시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환자는 소녀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었고, 수심 가득하던 남편도 환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암 조직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나쁜 예후를 보이는 육종성 선암이고, 림프절에도 전이된 4기 암이라고 설명을 들었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 여성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을 계획이지만 예후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아무런 증상이 없으면서 건강검진에서 발견할 수 있는 1, 2기의 초기 담낭암은 복강경 수술로 담낭만 간단히 떼어내어도 95%가 재발 없이 완치된다. 그러나 이 환자처럼 황달이 오고 난 뒤에야 진단되는 3, 4기의 경우 어려운 수술은 물론, 어떤 종류의 항암제를 투여해도 완치가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의 암 치료 성적이 선진국보다 낫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사실이다. 건강보험 검진프로그램으로 암 조기진단율이 높은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진단을 받으면 환자나 의사가 적극적으로 수술하고 치료하는 점도 두 번째 이유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암 조기진단의 일등공신은 내시경 검사일 것이다. 조기검진프로그램에 위암과 대장암 진단을 위해 위 내시경검사가 포함된 건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5대 암인 위암과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을 모두 걸러내려면 위 내시경검사와 암종양 표지자 검출을 위한 혈액검사에 더해 대장 내시경검사와 초음파검사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

악성도가 높은 간암이나 담낭'담도 및 췌장암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초음파검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초음파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랬더라면 앞서 말기 담낭암 환자도 조기에 진단돼 간단한 수술로도 완치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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