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녹이는 베토벤 '영웅'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19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상임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상임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베토벤의 '영웅'이 대구에 온다. 생의 고통을 딛고 수많은 걸작을 남긴 루트비히 판 베토벤. 그는 병마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았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았으며, 귀족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종속되지는 않았다. 그런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최고의 걸작 '영웅'이 겨울에 포위된 대구에 뜨거운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립교향악단(상임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은 19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펼치는 제422회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의 뜨거운 예술혼이 깃든 협주곡과 교향곡을 연주한다.

공연의 전반부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바이올리니스트 이순익의 연주로 감상한다. 이순익은 미국 커티스 음악원과 인디애나 음악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미국 영 아티스트 콩쿠르 1위,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입상 등으로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휴스턴 심포니, 소피아 필하모니, 요셉 수크 챔버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코리안 심포니, 부산시향 등 국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후반부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가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1804년 발표된 제3번은 베토벤의 창작 2기 문을 연 뜻깊은 작품으로 공연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한다. 특히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에서 벗어난 베토벤의 첫 작품이며, 전작과는 다른 충실함과 명료한 개성을 보여준다. 이 곡은 장대하면서도 강력하고 건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 제3번에는 이탈리어로 '에로이카', 즉 '영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영웅 교향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곡의 원래 제목은 '보나파르트'였다. 쉰틀러의 베토벤 전기에 따르면 베토벤은 1789년 일어난 프랑스 혁명과 이 혼란을 잠재운 나폴레옹 장군의 업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전부터 작업해 둔 악상 스케치를 바탕으로 시대의 영웅을 그린 교향곡 제3번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나폴레옹이 스스로 프랑스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영웅적 존재로 추앙하던 인물이 한낱 권력형 인간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베토벤은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홧김에 그가 악보 표지를 찢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현존하는 총보의 표지에는 원래의 제목을 지운 흔적 위에 새로운 제목 '신포니아 에로이카'(영웅 교향곡)가 적혀 있고, 그 밑에 '어느 영웅을 회상하기 위해'라고 덧붙여져 있다.

대담하고 힘찬 연주가 물결처럼 밀려가는 분위기의 1악장에 이어 영웅의 업적과 죽음을 그리는 2악장이 이어진다. 3악장에서는 미뉴에트 악장을 쓰던 교향곡의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스케르초를 넣음으로써 베토벤의 독자성을 드러냈다. 마지막 피날레 악장에서는 대위법적 기교들이 나타나며 절정에 이른 후 장중하게 전곡을 마친다.

일반 A석 1만6천원, B석 1만원, 053) 250-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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