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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탄타늄' 산업 시대 연다]<1>왜 '탄타늄' 산업인가?

차·잠수함·항공기…고부가 '만능 소재' 경북의 新성장동력

경북이 미래 첨단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탄타늄(탄소+타이타늄) 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뜨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2014년 일본 도레이사를 방문해
경북이 미래 첨단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탄타늄(탄소+타이타늄) 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뜨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2014년 일본 도레이사를 방문해 '탄소 자동차'를 살피고 있는 모습. 도레이는 2013년 구미공단에 국내 첫 탄소섬유 공장을 준공했다. 매일신문 DB
탄타늄 연관산업-탄타늄 소재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항공, 국방, 자동차, 의료, 스포츠레저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타늄 연관산업-탄타늄 소재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항공, 국방, 자동차, 의료, 스포츠레저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바야흐로 '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와 보잉은 기체의 철 비중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 탄소와 타이타늄, 이른바 '탄타늄'이라 불리는 미래 신소재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갈수록 대형화하는 항공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벼운 소재다. 탄소와 타이타늄은 철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훨씬 세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항공기에서 탄타늄 비율은 평균 46%(탄소 28%, 타이타늄 18%)까지 급증했다.

#탄타늄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강도만 센 게 아니라 내열성, 내식성, 인체친화성까지 골고루 갖춘 꿈의 소재다. 항공기뿐 아니라 자동차, 건축, 우주항공, 스포츠레저에 이르기까지 철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과 산업에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타이타늄 완제품의 세계시장 규모만 2012년 기준 25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북도가 세계 산업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탄타늄' 산업에 도전한다. 포항 철강, 구미 전자는 경북 성장을 견인하는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수요 침체와 중국의 무서운 추격 등으로 경북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 절실해졌다.

'탄타늄'은 경북의 주력 산업을 개편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탄타늄 소재의 시장성과 고부가가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탄소와 타이타늄은 잠수함, 항공기, 자동차 등에 쓰이는 미래 첨단 소재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소재'부품 산업을 선도하는 '메가 트렌드'이다. 급속한 신규 시장 창출에 발맞춰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육성이 시급하다.

경북도는 앞으로 탄타늄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구미'경산'영천'포항을 중심으로 첨단소재 산업벨트를 구축해 경북이 세계적인 산업 도시로 발돋움하고, 이를 통해 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경북이 열어갈 탄타늄 산업 시대를 미리 들여다본다.

◆미래 첨단 소재, '탄타늄'

타이타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신의 종족인 '타이탄'에서 유래한 소재다. 타이타늄이 미래 첨단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첫 비행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비행기로 유명한 미국의 첩보기 SR71(일명 '블랙버드')은 가공할 속도에서 나오는 고열을 견디도록 몸체의 90% 이상을 타이타늄 소재로 사용했다. 이후 에어버스, 보잉사 등 민간 항공기 산업의 전면에 등장한 타이타늄은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능 소재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타이타늄은 강철보다 43% 가볍지만 강도는 2.5배 세다. 타이타늄은 항공, 국방, 자동차 등 고강도와 경량성 등을 요구하는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또 금에 버금갈 정도의 내부식성으로 발전, 해수담수화설비, 친환경 선박 등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체에 이식하더라도 알레르기나 거부반응이 없어 인공관절, 임플란트 등 의료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금속 소재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기능성까지 뛰어나 화장품, 토너 첨가제, 배기가스 분해 촉매제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소재 역시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활용도가 높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탄소 소재는 탄소섬유다. 원사(실) 안에 92% 이상의 탄소를 함유한 섬유로,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10배의 강도, 7배의 탄성 등을 갖고 있다. 자동차, 풍력발전기 날개, 항공기 몸체 등 산업용뿐 아니라 골프채, 자전거 등 스포츠 레저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학계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탄소 산업의 생산유발 효과가 2천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북이 탄타늄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

천문학적 시장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의 탄타늄 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원천소재 기술 부재와 선진국의 공급 독점에 따라 국내 산업의 해외 종속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타이타늄 소재 수입국이다. 해양플랜트, 항공, 국방 등 수요 산업의 성장에 따라 수입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탄소 분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탄소 소재를 전량 수입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경북은 우리나라 탄타늄 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꼽힌다. 타이타늄 경우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우수하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텍 등 연구 역량이 뛰어나고, 포항'경산'영천 등지에 포스코, KPCM 등 타이타늄 소재 기업과 항공, 의료부품 등 수요 기업이 두루 위치해 있다.

경북도 내 타이타늄 수요 기업은 모두 1만423개사로, 단연 전국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뿌리산업 6천608개사, 자동차부품 899개사, 전자부품 886개사, 화학제품 856개사, 기타 1천174개사 등이다. 여기에 전국 4개 부품소재 전용공단 중 2개가 경북(구미, 포항)에 위치해 광역권 타이타늄 생태계 구축이 쉽다. 경북도는 구미(국방), 경산(자동차), 영천(항공부품)을 연결하는 첨단소재산업벨트로 타이타늄 산업 허브를 조성할 수 있다.

탄소산업 육성에 있어서도 경북이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은 ICT, 철강, 자동차부품, 섬유 산업의 인프라와 탄소응용(디지털기기, 에너지부품 등) 융복합 부품산업 기반이 잘 조성돼 있다. 또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경북그린카부품진흥원,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경북차량용임베디드기술연구원,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자랑한다.

특히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등 환경규제 강화와 소비자의 연비 선호 추세와 맞물려 탄소 소재에 대한 국내외 자동차업체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북 자동차부품 분야 탄소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엔 자동차 차체, 전장 부품 등 1차 밴더 기업이 180여 개사나 된다. 종사자 수 13만5천 명에 연간 생산액만 126조원에 달해 탄소산업 발전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티타늄과 탄소 관련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구미'경산'영천'포항을 중심으로 첨단소재 산업벨트를 구축해 경북이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통해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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