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저렇게까지…망가짐의 미학
#토크쇼 등 타 장르까지 웃음 핵폭탄
#곧 식상? 넘치는 '끼' 단명 않을 듯
요즘 예능계에서 꽤 부각되고 있는 개그우먼들이 있다. 각각 데뷔 9년, 10년차가 된 박나래와 장도연이다.
KBS 공채 개그우먼으로 시작해 '개그콘서트' 등 '대세' 프로그램에서 활동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오랜 무명생활을 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그러다 KBS를 떠나 주무대를 tvN '코미디 빅리그'로 옮긴 후 비로소 메인 캐릭터로 주목받으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금은 지상파와 비지상파, 심지어 웹 예능까지 넘나들며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여자가 저렇게까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망가짐'을 불사하며 웃음을 줘 이목을 집중시킨다. 최근에는 치솟는 인기와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까지 상승시키며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데뷔 후 10여 년 길고 긴 무명생활
데뷔 후 10여 년 동안 박나래와 장도연의 인지도는 사실 '바닥' 수준이었다. 주로 활동했던 '개그콘서트'에서는 타 개그맨들의 캐릭터를 부각시켜주는 '병풍' 역할에 그쳤고, 간혹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다고 해도 그 파급력은 미미했다.
종종 무대 위에 나란히 섰을 때 드러나는 뚜렷한 키 차이를 내세우며 보는 이들을 웃게 하기는 했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꽤 괜찮은 마스크를 가진 장도연이 '오버액션'과 과장된 춤을 동원해 자신이 가진 외적 장점과는 상반된 매력을 어필하려 했지만 당시에는 '너무 과하다'는 쪽으로 해석됐다. 박나래는 극히 작은 키를 이용한 '몸 개그' 외에는 다른 방식으로 웃음을 전달할 기회도 잡지 못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코미디 빅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초반에만 해도 '코미디 빅리그'가 '개그콘서트'의 압도적인 인기에 밀리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이 프로그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인물은 유세윤-장동민 등 스타급 개그맨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장도연과 박나래 같은 무명 개그우먼들은 '개그콘서트' 때와 마찬가지로 중심에 서서 역량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일단 최근 수년간에 걸쳐 비지상파에서 내놓은 실험적인 콘텐츠의 영향으로, 이전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던 '19금'과 '격한 오버' 등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웃음 포인트로 전달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해당 코드로 승부 거는 개그우먼들의 입장에선 애타게 기다리던 물이 들어와 노 저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조금씩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코미디 빅리그' 등 유사 콘셉트의 타 프로그램에 시선을 돌리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이때가 2014년 상반기 즈음이었는데 마침 이 시기에 MBC 출신으로 오랜 무명생활을 했던 개그우먼 이국주가 새롭게 스타로 떠올라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까지 높였다.
당시 이국주는 배우 김보성을 패러디한 캐릭터 보성 댁을 연기하고 있었다. 이 역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코미디 빅리그'의 소위 '짤방'(해당 프로그램을 코너별로 잘라 만든 짧은 영상)들이 온라인에서도 많은 유저를 불러모았다. 자연스레 '코미디 빅리그' 자체의 화제성도 덩달아 상승했고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 또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즈음 장도연은 '코미디 빅리그'에서 유상무 등과 함께 '썸&쌈'이란 코너를 이끌고 있었고, 유상무와의 키스신 등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며 조금씩 지명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에 들어서면서 '여자사람친구'라는 인기 코너를 내놓고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할 정도의 맹활약을 펼쳤다. 애초 남자였다가 성 전환한 캐릭터를 맡아 몸 사리지 않는 과감한 연기 폭소를 자아냈다. 이때부터 서서히 타 예능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보이며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나래는 이국주와 장도연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급성장했다. 장도연과 함께 '썸&쌈' 코너에 출연했는데 그 당시에는 장도연이 유독 부각되면서 동반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중고&나라' '요상한 민박집' '초저가 항공' '깝스' 등 쉴 새 없이 새 코너에 참여해 다른 캐릭터를 시도하며 조금씩 상승세를 탔고 급기야 '깝스'에서 인기인들의 외모를 고스란히 패러디한 분장 쇼를 선보이며 확실하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내부자들'의 이병헌부터 마동석, 김구라 등 실제 인물을 쏙 빼닮은 분장으로 매회 화제가 됐다.
◆토크쇼, 리얼버라이어티까지 활약
단순히 '코미디 빅리그' 코너에서의 주목도를 기반으로 근근이 인기를 유지하는 선에 머물렀다면 '재발견'이란 말을 쓰기도 민망했을 터. 장도연과 박나래의 활동을 지켜보면 짐작했던 것보다 끼가 상당하고 겁이 없어 꽤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특히 토크쇼와 리얼버라이어티 등 공개 개그프로그램의 콩트 형식을 벗어나 타 분야에서도 만만찮은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두 사람 다 '격한 망가짐'에 기반을 두고 웃음을 끌어내고 있어 머지않아 '식상하다'는 말을 듣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른 시일 안에 자신만의 또 다른 무기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나마 워낙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터라 '자체 실험기회'는 많은 편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매번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호평을 끌어내며 '중박' 이상의 결과를 내고 있어 향후에도 이들이 좀 더 길게 생명을 이어가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실제로 장도연과 박나래가 동반출연한 MBC '라디오스타-사랑과 전쟁 편'은 두 사람의 출연으로 인해 오랜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언제나 그렇듯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을 고려한다고 해도 창피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위 높은 내용을 끄집어내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 밑바닥으로 끌어내렸다가 다시 띄워 주는 형식으로 입담을 과시해 '몸 개그' 외 '토크'도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특히 박나래는 이 방송에서 스스로 '똥'이라고 비하하는 등 엽기적인 토크까지 서슴지 않으며 '폭탄급' 웃음을 끌어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장도연-박나래에 이국주까지 투입된 KBS2 TV '1박2일-여사친 특집'도 무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올리며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1박2일'에 큰 활력을 줬다. 그 외에도 tvN 'SNL코리아',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콤비로 호흡을 맞추며 끼를 발산했다.
현재 장도연은 스타일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 SBS Plus '스타그램'에서 모델 같은 자신의 외모를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한류에 관심을 가지는 해외 팬들을 타깃으로 삼아 한류확장성 상품을 만들어내는 콘셉트의 KBS W '슈퍼디자인마켓'에도 출연하며 고정 프로그램을 늘여가고 있다. JTBC '썰전'에서 웃음기를 버리고 자기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예능감을 테스트하고 있다. 박나래는 최근 JTBC의 온라인 기반 웹 예능 '마녀를 부탁해'에 동반캐스팅돼 토크쇼의 MC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국주, 김숙 등 요즘 새롭게 떠오른 개그우먼들과 발맞춰 즐거움을 주고 있다.
급부상한 개그우먼들로 인해 항상 남자들이 중심에 서 있었던 예능계 전반에도 '좀 다른 볼거리와 웃음'이 나오고 있다.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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