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론'(인문계 학생 중 90%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요즘 인문사회계 출신들의 취업난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유행어다. 정부는 진로'취업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라고 압박하고 이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인문사회계 정원 감축만이 대학 구조조정의 만병통치약이라며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인력의 미스매치를 줄이는 전략은 기업가적 대학으로의 변신이다. 기업가적 대학이란 외부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구, 강의, 서비스를 갖춘 대학이다. 기업가적 대학으로의 변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레이데스도르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교수는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대학 데이터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미국이 아닌 해외 특허가 거의 2배 증가했다.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대학이 크게 증가하면서 개수에서는 미국 대학과 경쟁할 정도에 이르렀다. 양적 팽창에 치중한 아시아 대학들에 비교해서 유럽 대학들은 바이오와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세분화된 포트폴리오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 대학이 기업가적 대학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개선과 오픈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 먼저 인문사회계의 교과 과정부터 개선해야 한다. 당장에 강의 내용은 부실하거나 구태의연하지만, 전공 필수여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과목들을 개편해야 한다. 학부 과정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세부 전공을 넘어선 필수 과목을 만들고 대학, 산업체, 공공기관 간 연결망의 확장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콘텐츠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다음 단계는 오픈 채널의 구축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들은 아직 첫 단추도 제대로 끼우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는 대학강의공개(OCW) 사업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스튜디오 촬영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그 의미와 범위가 다소 왜곡·축소됐다. 국제학술지인 SCI와 SSCI 게재를 요구하면서, 전 세계 연구자들의 고유한 인식 번호인 오키드(ORCID) 제도는 아직 제대로 도입조차 못하고 있다.
ORCID 같은 개인 번호가 인력 미스매치 해소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교수들이나 강사들 간 동명이인이 많고, 소속 대학의 명성, 수도권과 지방, 박사 취득 국가에 따라서 소위 실력보다 간판이 우선되는 한국 현실에서 산학관 협력의 민주화를 통해서 진정한 집단지성을 낳을 수 있다. 왜냐하면 ORCID는 개별 교수가 지닌 경쟁력과 특화 영역을 공인된 활동에 근거해서 객관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공된 정보들은 대학이 다양한 기업 및 공공기관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미시간대가 운영하는 MSU Scholars와 텍사스 대학들의 공동 포털인 Influent 시스템이다. 2개 웹사이트는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서 대학이 개설한 오픈 채널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외부 기업이 대학 내부 인력의 프로필과 활동 상황을 여러 옵션을 통해서 탐색하고 '인포그래픽스'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은 근시안적 정책 수단일 뿐이다. 강의 품질의 업그레이드와 기술이전, 특허 수입과 같이 대학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오픈 강의, 오픈 채널, 오픈 네트워킹을 통해서 재정 수입의 폭을 높이고 기업가적 대학으로 거듭난다면, 경제 침체를 극복하고 산학관 '굳' 매치가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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