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뇨기과 치료 안하는 비뇨기과

비인기과 전문과목 '미표시' 늘어…돈 되는 피부 미용·비만 치료 집중

비뇨기과 질환 치료를 받으려던 직장인 A(41) 씨는 대구 시내에 있는 한 남성병원에 들어갔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병원 안 접수처에 직원이나 간호사가 보이지 않았던 것. 한참을 서성이던 A씨는 "외래 환자는 보지 않는다"는 의사의 설명에 발길을 돌렸다. 결국 A씨는 인근 병원 네댓 곳에 전화를 돌린 끝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남성병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찾아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병원 간판에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고 개원하는 '미표시 의원'이 늘고 있다. 전문과목보다는 피부미용이나 비만치료 등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정 시술에 집중하는 전문의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구의 동네의원 1천612곳 가운데 13.2%인 213곳이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다. 동네의원 10곳 중 1곳은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셈이다. 미표시 의원은 지난 2008년 12월 166곳에서 7년 만에 28.3%나 증가했다.

인구 수 대비 의사 수가 전국 최저 수준인 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북 지역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동네의원 1천223곳 중에 19.6%인 240곳이 전문과목 간판을 뗐다.

표시과목이 없는 의원은 가정의학과를 비롯해 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에 집중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문과목과 관련없는 피부미용과 성형, 비만 치료를 내세우고 있다.

경북의 '미표시 의원'은 외과 전문의가 70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의학과 51명, 흉부외과 20명, 산부인과 23명, 비뇨기과 13명 등이었다.

대구의 한 외과 전문의는 "비인기 진료과 전문의는 개원해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은 비인기 진료과목의 전공의 부족 사태로 이어진다"면서 "결국 환자들은 동네의원 대신 진료과가 있는 대형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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