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체장 감투로 변질된 체육회장 자리

통합 체육회장에 단체장 선임 줄이어

체육단체 통합이 중앙과 달리 지역에서는 이상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단체인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체육단체 통합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앞으로 체육단체가 독립성을 완전히 잃게 됐다.

대구 달서구생활체육회는 17일 오후 3시 달서구청 4층 회의실에서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어 해산을 의결하고, 달서구체육회를 새로 창립했다. 이날 총회에서 달서구체육회는 정원재 달서구청장 권한대행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고, 상임부회장으로 윤영호 전 달서구생활체육회 회장을 선임했다.

이로써 1992년 창립한 달서구생활체육회는 20여 년의 활동을 마무리했으며 달서구체육회가 달서구를 대표하는 통합체육회로 첫발을 내디뎠다.

문제는 민간인이 회장을 맡아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했던 기초자치단체의 체육회가 자치단체장을 회장으로 새로 선임한 데 있다. 정부는 애초 자치단체장이 맡은 시'도 체육회장을 민간인으로 해 체육단체의 정치적인 색채를 없애려고 했으나 이에 실패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의 체육회장까지 구청장'군수에게 내주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통합 작업이 더디자 시'도의 체육업무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시'도 체육회장 자리를 시장과 도지사에게 내주는 조건으로 이른 시일 내의 통합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경우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통합 시'도체육회의 초대 회장을 맡게 됐으며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에서도 단체장을 체육회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그동안 8개 구'군 모두 민간인이 체육회장을 맡았으나 이번에 달서구를 시작으로 모든 구'군이 단체장을 체육회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에서는 현재 23개 시'군 중 안동시와 영천시, 의성군, 영양군 등 4개 자치단체만이 시장'군수를 생활체육회장으로 두고 있다. 포항에서는 박승호 전 시장이 생활체육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경북지역 시'군의 체육단체장도 대구와 마찬가지로 시장'군수가 차지할 전망이다.

대구의 생활체육회 관계자는 "체육단체 통합이 체육인들의 독립성을 빼앗는 방향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며 "중앙의 통합 작업이 엘리트 단체인 대한체육회의 반발로 혼란에 빠진 반면 지역에서는 생활체육의 근본 바탕이 완전히 훼손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생활체육 관계자는 "현재의 체육단체 통합은 선진국형이 아니라 완전히 후진국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체육회가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 단체로 전락하는 등 정치적인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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