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바마, 스캘리아 후임대법관 임명착수…바이든 "급진인사 안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도,앤터니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후임을 임명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치 매코널 (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 법사위원장과 잇따라 통화해 후임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할 것이라는 점을 이들에게 분명히 말했다"며 "대통령은 의회와 대화하겠다고 약속했으며,상원도 역시 (후임의 인준에 관한) 헌법상의 의무가 있다는 자신의 믿음을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후임 대법관을 '대선의 해'에 임명하지 말고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라는 공화당의 주장을 일축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면 돌파'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상원 1인자인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보수의 거두'인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한 직후 성명을 내 "공석은 새 대통령을 갖기 전에 채워져서는 안 된다"며 후임 임명을 공식 반대했다.

 그래슬리 위원장도 인준 청문회를 열지 않겠다며 매코널 원내대표의 반발에 가세했다.

 이러한 공화당의 반발은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대법관의 임명을 밀어붙여 보수 우위였던 연방 대법원의 이념지형을 일거에 뒤집으려 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선이 열리는 해에 후임 대법관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어니스트 대변인은 '대선의 해'인 1988년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인준됐던 사실을 들며 "전례가 있었음을 그들도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금주말 참모들로부터 후보자군의 자료를 보고받고 검토에착수할 것이라면서 "아직 후보자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이제 절차가 막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조 바이든 부통령이 18일 워싱턴포스트(WP),폴리티코 등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의 아이콘인) 윌리엄 브레넌 전 대법관 같은 사람이 후임 대법관이 되는 일은 안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스캘리아 대법관의 공백을 메우느냐에 따라 지금까지의 보수와 진보의 5명대(對) 4명 구도가 깨질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오바마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언급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후임 대법관의 자격에 대해 "지적으로 유능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며,개방적이고 특정 의제에 함몰되지 않은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며 "브레넌 전 대법관 같은 사람이 돼서는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보군에서 공화당이 반발할 지나친 진보인사는 배제하라고 조언한 것이다.

 아이젠하원 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레넌 전 대법관은 34년간 봉직하며 진보주의 법철학의 옹호자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사형제에 반대하고 낙태에 찬성한 것을 비롯해 언론 자유 옹호,불법이민자 및 범죄용의자 인권보호,공립학교 창조론 의무교육 무효화,성조기 훼손의 표현자유 인정 등 혁신적 판결을 주도했다.

 심지어 아이젠하워 대통령조차도 그의 임명을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의 하나"라고 회고했다.

 이날 바이든 부통령의 언급은 현실적 '인준 가능성'을 의식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급진 인사를 지명했을 경우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 의해 인준 거부될 가능성이크기 때문이다.

 즉,사안별로 보혁을 오가는 '스윙 보트'(swing vote)를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이념적 중도 인사를 선택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임을 오바마 대통령에 조언한것으로 보인다.

 WP는 그런 기준이라면 인도계 스리 스리니바산(48)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지명될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첫 여성 대법관인 산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아래서 재판연구관으로 일한데 이어 조지 W.부시 대통령에 의해 법무차관보로,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아시아계 최초 법무차관,연방항소법원 판사에 각각 임명됐다.

 보수·진보 정권 양쪽에서 두루 중용돼온 인물인 셈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 이날 연방 대법원에서 열린 스캘리아 대법관 시신의 임시 안치식에 참석해 조의를 표명했다.오바마 대통령은 장례식에는 불참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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