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제각각 자기 이야기를 한다. 옆구리를 만져 본 사람은 벽 같다고 하고, 다리를 만져 본 사람은 기둥 같다고 하고, 코를 만져 본 사람은 밧줄 같다고 한다. 모두 자기가 만져 본 것이 옳다고 우겼다는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진리라는 것이 우리의 경험으로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며,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들도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우화이다.
여기에서 나온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라는 속담은 일부분을 알면서도 전체를 아는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말로 사용된다. 사람들은 이 속담을 어리석은 사람을 비판하는 데 쓰지만 자신이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장님이 코끼리의 일부만을 만져보고 판단을 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해 판단을 할 때 자기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기존의 지식이나 선입견과 결합하여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판단을 내려야 할 대상의 모습은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격이 털털하고 인상이 좋아 보이는 사람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때도 있는데, 화를 낼 때의 모습만 본 사람은 그 사람에 대해 성격이 모가 났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늘 웃는 모습만 본 사람은 그 사람은 절대 화를 낼 사람이 아니라는 상반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자신과 친한 사람이 화를 낼 때는 오죽 힘들었으면 그렇게 화를 냈겠나 하는 식으로 두둔하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면 작은 허물을 부풀려서 끊임없이 비난한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주제에서는 늘 그렇게 극단을 달리며 자신의 의견과 맞는 사실만 보려고 하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은 무시하기 때문에 대화가 늘 평행선을 달린다.
그런데 '썰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치적인 대화도 상당히 유쾌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거기에 나오는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을 대표하는 '아주 센 형님'들이어서 얼굴 붉히며 입씨름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나라가 잘되고 세상이 올바른 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은 같았기 때문에 의외로 호흡이 잘 맞았다. 두 사람의 말을 합하면 지금보다는 분명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보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의 진짜 교훈은 따로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명의 장님이 만진 것은 지극히 불완전하다. 그러나 여러 장님들의 의견들을 종합해서 코끼리를 그려보면 최대한 코끼리에 가까운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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