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졸업식과 취업

올해 1월 청년 실업률은 9.5%였다.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고, 매년 1월 기준 청년 실업률로는 16년 만에 최고치였다. 젊은이들은 화려한 스펙과 전문성으로 무장해도 취업하기가 고단하다고 표현한다. 정부는 청년 실업을 해소하려고 각종 대학 평가 지표에 취업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도 역할 분담을 하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다. 예술계열 전공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졸업식을 마치고 제자들이 연구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섰다. 한 학생의 첫 마디는 "교수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웃기는 놈이 돼서 돌아오겠습니다"였다. 이 학생은 개그맨이 꿈이다. 다른 한 학생은 "밑바닥부터 고생할 각오를 하고 극단에 들어가 큰 배우가 돼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했다. 탤런트가 꿈이라는 또 다른 학생은 "드라마와 영화 오디션을 준비해 반드시 개성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들 예비 창작자들의 취업 무대는 방송, 영화, 공연예술시장이다. 그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재능과 연기력은 필수 항목이다. 까다로운 오디션도 통과해야 한다. 주인공 한 배역을 두고 수천 명이 경쟁한다. 극단의 막내로 입단해 배역을 받기 위해서도 최소 1, 2년은 버텨야 한다. 연극과 뮤지컬의 경우 작품의 최소 준비 기간이 2, 3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에 세 작품 이상 출연하기 힘들다. 편당 출연료로 200만원을 받더라도 연봉이 1천만원 미만이 된다. 이마저도 공연이 흥행에 성공했을 때의 얘기다. 방송 및 영화 시장도 주·조연급을 제외하고는 고단할 수밖에 없다. 올해도 예술계열 전공 졸업자들은 방송, 영화, 공연예술시장으로 진출해 1년 365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워나갈 것이다.

여기에 예술인재들이 안심하고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지원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 까닭이 있다. 물론 정부는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공연 지원 정책과 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졸업을 하고 활동을 시작한 예비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들이 안심하고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령 극단 등 공연 단체들을 대상으로 일정 평가를 거친 뒤 지정해 지원하는 가칭 '창작활동 우수단체 안심인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단원들의 생활을 일부 지원해 주는 일종의 창작활동 전념 생활지원프로그램이다.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소득분위별로 등록금을 보조해 주는 것처럼, 예술인재들이 창작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프로그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화융성'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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