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뿌리기술을 살리겠다며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한다는데, 당장 급한 것은 프레스 장비에 금속 재료를 넣고 가동할 현장직 인력입니다. 뿌리가 먹을 물도 없는데 비료만 부어대면 나무가 어떻게 클 수 있습니까?" 대구경북 뿌리산업 기업들이 구인난, 생산성 감소, 일감 부족 등 겹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인들은 젊은 현장 직원을 고용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의 금형기업 S사 공장. 한 50대 직원이 10~20㎏ 무게의 금속 원자재를 프레스 장비에 밀어 넣고, 또 완성된 부품을 꺼내 옮겼다. 그는 "젊을 때도 두 명이 함께 4시간씩 번갈아 하던 일을 지금은 사람이 없다 보니 이 나이에 혼자 6~8시간씩 한다"고 했다.
이곳 사무직'현장직 직원은 모두 65명으로, 이 가운데 40명(61.5%)이 40대 이상이다. 60대 근로자도 3명이나 있다. 20대와 30대는 각각 5명(7.6%), 10명(15%)에 그친다.
경북 고령군 다산주물단지의 기업들은 하나같이 젊은 일손이 부족한 형편이다. 업종 특성상 고열을 가해 녹인 금속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청년 구직자들은 덥고 더러운 곳에 일하기를 꺼리고, 오랜 세월 일한 중'장년 직원들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일찍 퇴사한다.
주물기업 P사는 최근 2년 새 현장직 직원이 60여 명에서 46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구인 정보지에 광고를 4차례 내 봤지만 큰 도움이 안 됐다. 광고를 보고 입사한 5명 중 3명이 40대였고, 한 20대 직원은 2개월 만에 "주 6일 일하고도 사무직보다 적은 월급을 받기는 싫다"며 퇴사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현지 공장을 늘리며 국내 생산량도 줄었다. 이 때문에 2~4차 협력사의 부품 생산량이 줄었고, 일감을 받는 뿌리산업 6개 업종은 두루 어려움을 겪고 있다.
S사는 지난해 설비를 늘려 생산성을 키우고자 시에 뿌리기업 보조금 등을 신청해 봤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곳 고용 창출과 생산량이 지원 대상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다. 최근 5년 동안 거래처가 꾸준히 늘었고 연매출도 100억원 대에 이른다고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뿌리기업들은 기업의 명맥도 끊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성서산업단지의 한 공작기계 제작업체 C대표는 "2012년까지만 해도 활황이라 생각했다. 지난해 중순부터는 2009년 금융위기 때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다. 회사 경영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나이 든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회사에 힘을 보태겠다며 퇴사도 미루고 일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한숨지었다.
우수기업만 지원하는 현행 뿌리기업 지원책보다는 여러 기업과 직원들이 두루 혜택을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표면처리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우수 뿌리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겠다는데, 이는 고급 아파트 주민에게 관리비를 내 주는 것과 똑같다. 무엇보다 신규 인력 채용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중에 환수하도록 하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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