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힘이 국가와 지역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창의도시'라는 문화적 옷을 입히려 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창의도시들 간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의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 간의 문화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2004년부터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말 현재,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문학, 영화, 음악,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로 분류되는데, 영국의 글래스고, 벨기에의 겐트, 미국의 산타페, 일본의 가나자와, 이탈리아의 볼로냐 등 116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디자인), 이천(민속예술), 전주(음식), 광주(미디어아트), 부산(영화), 통영(음악) 등 6개 도시가 가입하였다.
그렇다면 대구는 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해야 하는가.
우선, '문화예술과 도시의 결합'이라는 준비 과정에서 문화자산의 고유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 둘째, 대구의 문화 역량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시켜, 대구의 브랜드를 제고시킬 수 있다. 셋째, 창의도시들 간의 폭넓은 교류를 통해 관련 노하우와 발전 경험 등을 공유할 수 있다. 넷째, 유네스코 로고 영구 사용 및 협력망을 통한 도시 홍보 등 도시 환경'관광 등 유관 분야에 대한 기여 확대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다섯째, 공공'민간 부문 및 시민사회를 포함한 지역적, 국제적 파트너십을 확대하여 창의도시의 핵심인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수 있다.
종합해보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사람(시민'예술가 등), 문화, 공간, 산업, 제도 등 도시 전 부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문화도시 플랫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대구의 '랜드마크'(Landmark)를 넘어 '퓨처마크'(Futuremark)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퓨처마크는 랜드마크와 달리 형태가 없는 '무형의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구는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도시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에는 한국 문화예술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뚜렷한 문화적 DNA를 가진 중심지였다. 현재 대구는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에서 문화적 창의도시로 변모하기에 좋은 기회 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성공 가능성도 크다.
현재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은 지자체의 높은 관심으로 신청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가입에는 요건과 의무사항이 있다. 먼저 신청 시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관련 예술가(단체)의 중장기적인 의지와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해당 분야의 문화유산, 인적자원, 인프라, 국내외 인지도 등 제반 여건은 물론, 창의성을 육성할 수 있는 잠재력과 향후 실현 가능성을 보유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을 포함한 지역 예술가(단체) 등의 주도적 역할과 신뢰 확보이다. 특히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승적 협력이 요구된다. 특정 장르의 발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 장르에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규모나 기능, 인지도 등 유네스코의 평가기준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집중하고, 이에 대한 모든 주체의 응원과 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창의적 문화도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자해도 여러 요인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자리 잡게 된다. 창의도시의 꽃은 아주 천천히 인내의 세월을 보내면서 피지만, 그 꽃은 도시와 시민의 감성을 따뜻하게 하고 희망을 키우는 데 무한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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