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1만 명의 대구 달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총선에 묻혀 깜깜이 선거가 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진박' 논쟁 등으로 대구 총선판이 일찍 달아오르면서 모든 관심이 총선에 쏠린데다 3개 선거구가 있는 달서구에 국회의원 예비후보만해도 차고 넘쳐서다. 이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은 보궐선거가 열리는 것을 아예 모르거나 아는 사람들도 11명의 후보가 난립하자 누가 누군지 구분하지 못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달서구청장 보궐선거는 4'13 총선 때 함께 치러진다.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의 달서갑 총선 출마로 공석이 되면서 현재 예비후보만 11명이 등록한 상태다.
달서구 인구 규모는 웬만한 도시보다 크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달서구 인구는 총 60만2천111명으로 전국에서 서울 송파구(65만9천859명)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경북 포항시(51만9천244명)와 구미시(42만32명)를 앞선다.
정치에 관심이 적은 젊은 층은 보궐선거가 열리는지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 달서구 이곡동에 사는 이균태(21) 씨는 "4월에 구청장을 뽑는지 몰랐다. 지하철역 앞에서 명함을 받은 적은 있지만 국회의원 후보인지 구청장 후보인지 명함을 꼼꼼히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보궐선거 여부를 아는 중장년층은 국회의원과 구청장 후보를 헷갈려하거나 "후보가 몇 명인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한다. 특히 달서갑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안국중 전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이 최근 사퇴한 뒤 달서구청장 예비후보로 전향하면서 이 같은 혼란을 부추겼다. 사업가 이모(58'달서구 진천동) 씨는 "선거 홍보 문자메시지가 너무 많이 와서 구청장 보궐선거를 모를 수가 없다"며 "하지만 후보가 몇 명이고 누가 구청장 후보인지는 모르겠다. 죄다 빨간색 홍보 명함만 받다 보니 헷갈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선거 운동에 나서는 구청장 예비후보들은 기운이 빠진다. 경로당에 명함을 돌리러 가면 어르신들이 앞서 다녀간 국회의원, 구청장 예비후보들의 명함을 한 움큼 쥐고 짜증을 내는 일도 다반사다. 한 구청장 예비후보는 "매일 명함을 수천 장씩 뿌려도 '국회의원 후보냐'는 소리를 듣는다.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허망해진다"고 털어놨다.
최근 두류공원에서 말을 타고 선거운동을 한 김원구 예비후보는 "보궐선거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망가져서라도 유권자 관심을 끌고 싶었다. 선거 공약과 정책으로 타 후보와 경쟁하고 싶은데 선거를 두 달 앞둔 지금 보궐선거 자체를 홍보해야 하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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